도시는 세계적인 근대화 흐름에 발 맞춰 꾸준한 성장을 해왔지만 경기 확장기가 끝나면서 도시의 성장과 개발도 한계에 부딪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도시재생 사업이다. 개인적 측면에서 도시문제는 빈곤을 야기할 수 있다. 기존엔 도시의 현대화를 위한 재개발 등으로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공간이 사라지면서 소규모 임대업자와 자영업자들이 도시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만연했다. 또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지자체의 재정과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최근까지도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이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앞서 이를 통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자료=urban114] 현대미술의 성지라 불리는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원래 화력발전소였다. 수십 년간 흉물로 방치됐던 화력발전소의 외관은 그대로 간직하고 내부는 완전히 개조해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지역의 역사와 숨결은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테이트 모던은 기존의 자원을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미래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고 있다. 테이트 모던은 런던의 품격을 드높이는 명소이면서도 관광 수입 확보에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소비활동을 하면서 해당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를 높여준다. 이와 더불어 지역상인의 수입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는 즉 도시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인 것이다. 국내의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테이트 모던과 유사한 도시재생 모범사례라고 볼 수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2009년까지만 해도 부산시도 외면했던 달동네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만 28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지금은 해운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전경/자료=사하구청] 감천문화마을이 달동네에서 부산의 관광 명소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을 ‘도시재생’ 덕분이다. 감천동은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았던 허름한 달동네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판잣집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시멘트 집으로 바뀌었지만 올망졸망한 건물이 산자락을 빼곡하게 뒤덮은 동네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감천문화마을은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돼 학생과 작가, 주민들이 합심해 마을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넣고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감천문화마을 주민들과 예술가들은 그동안 문화·예술을 동네 곳곳에 녹여내면서 그동안 단절된 신뢰를 회복해 성공의 기반을 다졌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협의회를 기반으로 한 활발한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마을의 역사성과 지역 특수성을 살리는 등 창의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도시재생과 창조성을 매개한다. 상상력, 창의력,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응집력 등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수많은 장점들은 주민공동체 또는 도시경제의 창조성으로 발현돼 도시재생에 참신함을 더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은 외부인에게 골목을 개방했다. 방문객들이 골목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하는 등 게임적인 요소도 가미했다.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는 벽화마을의 시초인 셈이다. 감천문화마을은 CNN이 ‘아시아에서 가장 예술적인 마을’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사례이다. 부산 사하구는 지난 달 27일 신라대에서 열린 (사)한국지방정부학회 주최 ‘동계학술대회 겸 지방정부 정책대상 공모 시상식’에서 감천문화마을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하였다. 사하구는 ‘낙후된 달동네에서 활기찬 문화마을로 창조적 재생, 감천문화마을’이라는 주제로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는 이색적인 계단식 마을 원형을 보존하면서 주민 예술가 행정이 협력해 재개발·재건축이 아닌 보존과 재생을 바탕으로 마을 만들기의 모범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