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마을만들기 동향 ④

커뮤니티 디자인과 한평공원 만들기
뉴스일자:2015-07-03 11:33:48

[한평공원 프로젝트의 단계/자료=국토연구원]

 

한평공원 만들기는 마을만들기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한평공원 만들기가 갖고 있는, 즉 커뮤니티 디자인이 갖고 있는 속성 때문이다. 커뮤니티 디자인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주민과 함께 만든다. 특정한 것을 만든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난다는 뜻이고, 따라서 함께 한 사람들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성과를 낳다 보면 마을만들기를 하는 사람들의 자신감이 상승되어 향후 마을만들기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공공공간은 이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소재이므로 여러 사람들이 참여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이웃과 친해지기, 인적 네트워크 구성 등을 이룰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동안 묻혀 있던 지역의 갈등이 도출되기도 하는데, 건강한 방식의 갈등 도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선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면, 마을 외부의 사람들도 그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여 다양한 자원들이 함께 마을만들기를 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런 한평공원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동네의 마을만들기 맥락을 이해한다면, 한평공원 만들기의 과정을 해당 마을의 마을만들기의 좋은 기폭제가 되도록 디자인해 낼 수 있다.

 

한평공원의 ‘한평’은 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나 민간업자가 중심이 되는 대규모 개발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일상적으로 접하는 외부공간이며, 주민들의 목소리나 몸짓을 적극적으로 받아낼 수 있는 장소로서 ‘공공의 공간’이다. 또한 ‘만들기’는 디자인이나 물리적인 시설물 설치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요구와 참여를 기초로 함께 하는 모든 작업을 의미한다. 주민참여 한평공원 만들기를 통해 주민들이 마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또 이런 마을 일에의 참여의 경험은 또 다른 마을 일의 참여로 이어지고, 한평공원 만들기를 계기로 만났던 주민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그들이 자신의 마을을 좀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든다. 즉, 마을만들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원서동 한평공원인 빨래골 쉼터/자료=도시연대]

 

원서동 한평공원을 제1호로 해서 시작된 한평공원 사업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한평공원의 의미와 가치는 주민 스스로 바꾸어 낸 작은 공간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원서동 한평공원 대상지는 1980년대 좀도둑 및 불량배로부터 동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방범초소를 건립하였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방범체계 변화 및 이동파출소 등으로 방범초소로서 기능이 상실되어 있었으며, 모래함 및 쓰레기 등으로 방치된 상태였다. 한평공원 디자인을 논의하기 위해 워크숍을 주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한평공원을 조성하였고 이에 ‘빨래골 쉼터’라는 이름을 붙이며 주민들의 애정어린 공간으로 변화되었다.

 

[봉제마을 한땀 한땀 한평공원/자료=종로구]

 

창신동 봉제마을 ‘한땀 한땀 한평공원’은 공원의 이름 그대로 마을 특징인 봉제공장의 의미를 담아 한땀 한땀 만든 공간이다. 공영주차장 한켠의 버려진 공간을 마을지역 모임인 창신넷과의 연석회의를 통해 봉제마을의 특징을 부각시킨 공간 창출에 뜻을 모아서 통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나서서 의견수렴을 하고, 서울복지공동 모금회, 신한은행, 종로구의 후원을 받아 공원을 조성했다. 특히 이 공원에는 마을의 특성과 자랑거리 등을 마을지도에 담아 봉제원단을 사용해 이색적으로 표현하고, 게시판에는 창신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과거사진을 걸어두어 그야말로 지붕 없는 마을박물관, 마을 알림터를 만들어 놓았다.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던 석축에는 마을의 어린이집 아이들이 직접 그린 창신동 마을그림을 타일벽화로 활용했다. 또한 일부 공간은 공원 인근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텃밭으로 일궈 공동관리되고 있다.

 

[부평문화의 거리 한평공원/자료=도시연대] 

 

노점상이 떠나간 빈자리에 화단을 만들면서 다시금 부평문화의 거리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평공원 만들기를 시행하였다. 한평공원 디자인안에 대한 상인 및 노점상과의 협의를 통해 원형화단으로 디자인이 결정되었으며 겨울철 썰렁함을 극복하기 위해 조명을 설치하기로 했다. 당시 부평에서 시작된 자전거 이용활성화 운동에 힘을 싣고자 자전거보관대도 설치되었다. 부평문화의 거리 한평공원이 주목한 것은 쓰레기로 방치된 배전함이었다. 배전함에 변화를 부여한다면 마을의 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제안에 상인들이 동의하면서 배전함은 낮에는 시를 쌓는 큐브로, 밤에는 조명탑으로 바뀌었다. 한전 소유인 배전함을 새로운 기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경험은 상인들 스스로가 공간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배전함 조성 전·후 비교/자료=부평시]

 
한평공원을 통해 나타난 커뮤니티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 

2002년부터 시작한 도시연대의 한평공원 만들기는 행정의 영역으로 인식했던 외부공간을 시민사회 영역으로 전환시켰다는 성과를 갖는다. 90년대 말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추진했던 쌈지공원 조성사업의 한계를 주민참여를 통해 풀어나가려는 시도 역시 의미를 갖는다. 도시연대가 한평공원을 현재까지 지속시킬 수 있는 여건은 주민참여에 대한 경험 축적, 마을만들기 운동과의 결합, 마을만들기운동을 공유하는 전문가 풀 구성,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한 관심 증가, 시공을 담당해주는 회원 존재, 물리적 환경개선이 가능한 지속적인 예산확보 등이다. 그러나 햇수를 거듭하면서 한평공원 만들기는 새로운 전환을 모색할 시점에 이르렀다.

 

초기에는 마을만들기 운동과의 연계성 속에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지만 매년 5곳의 한평공원을 조성하다보니 한평공원 조성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마을만들기 운동과의 결합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또 하나는 주민참여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한평공원이라는 사업 특성상 일상적 주민참여보다는 디자인에 대한 참여프로그램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때때로 참여프로그램을 주민참여로 착각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을 추구하면서 근본적인 문제에는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과정에서의 주민참여가 활발하면 유지관리 역시 주민참여가 활발할 것이라는 매우 안일한 인식도 나타나고 있다. 공간의 변화과정속에서 의식의 변화는 가능하지만 공간의 변화와 의식의 변화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2010년부터 도시연대는 한평공원사업을 예비전문가 및 일반회원들에게 주민참여에 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마을만들기운동과 결합해야 할 지점은 무엇이며, 한평공원 조성 자체에 집중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10년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 한평공원만들기는 그 의미를 재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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