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 도시미래신문은 주간특집으로 공공디자인을 다뤘다.
1998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가로환경 정비사업은 걷고 싶은 거리, 디자인서울거리, 르네상스서울거리 등등 시점에 따라 명칭은 다르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한 정책이 잇따라 구현되었다.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더캐 지어진 싼티, 촌티, 경박한 티를 벗고 좀더 세련되고 품위있는 거리문화를 만들어내자는 시도였고 국민소득 3만불을 바라보는 선진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도시문화 업그레이드로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책의 호응도도 높았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좋은 이름을 내걸고 조성된 거리의 일부구간들이 당초의 조성목적인 ‘삶과 지역문화’가 공존하는 거리가 되지 못하고 갓쓰고 자전거 타는 식의 억지행정의 부산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정말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공공디자인이란 전시행정의 표본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은평구는 거금 31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거리가 당초부터 입지선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에 못이겨 최근 다시 10억원을 투입하여 원래 모습 그대로 원상복구시키는 공사를 시작했다. 이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거리주변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행태와 전혀 어긋나는 겉치레, 끼어맞추기식의 공공디자인정책의 난맥상이 없지않아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나아가 신임시장의 취임과 함께 10여년간 지속되어온 공공디자인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까지 초래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물론 은평구나 양천구의 실패사례도 없지 않지만, 마포 서교로 서울디자인거리, 대구 종로진골목, 청주 중앙로와 같이 공공디자인거리조성을 통하여 지역고유의 문화를 창달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 주변상권을 활성화 시키는 성공적인 사례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도외시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상식적인 결론과 함께 시행과정에서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공디자인정책은 앞으로도 도시경관의 개선 및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더욱 더 고도화시켜 가야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어느 읍소재지에서 약방 하나가 '약'이라는 간판을 건물 주위에 무려 8개나 설치한 사례를 직접 본 적도 있다. 이처럼 상인들의 이기심 때문에 도시의 대표적인 시각공해가 되어버린 간판의 개선사업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공공디자인이 지자체의, 지자체에 의한 ‘관공디자인’으로 전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몇가지 사례들과 지역의 역사적, 도시적 맥락에 맞춰 공공공간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영주시의 사례를 통하여 문제는 얼마나 적절하게 제대로 하느냐에 있는 것이지 공공디자인의 개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가 틀린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2)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의 마을들을 구경한 사람이라면, 또 마천루가 즐비하게 들어선 홍콩의 멋들어진 스카이라인을 본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통영이, 우리나라의 부산이 그 풍경에 뒤쳐지지 않는 살갑고 세련된 도시경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전국에서 몰려든 피난민들이 거적데기와 판자를 덮씌워 만든 무허가 주택들로 빼꼭하게 들어차 있던 부산의 산복도로, 그 산복도로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부산시는 2010년부터 마을 단위 공동체 복원을 통해서 ‘사람 중심의 창조도시’를 구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라 이름 지은 이 사업은 원도심 산복도로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역사, 문화, 경관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주민 주도형 마을 재생 프로젝트다. 즉 부산항 배후의 비탈지를 따라 개설된 산복도로 주변의 6개구 54동 63만여 명이 거주하는 낙후지역에 공간·생활·문화재생을 통한 자력수복형 마을종합재생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먹고 사는 일'이 고단하여 산복도로 주변 마을경관을 관광자원화 하는 사업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에는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지만, 그 동안 부산의 흉물이자 치부로만 여겨 왔던 산복도로 주변의 달동네를 좀더 긍정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이미 거둔 셈이며, 이미 유명관광자원이 된 통영의 동피랑마을처럼 국내외적인 유명세를 타고 알려지면서 감천문화마을과 초량이바구길 등 산복도로 사업지역에 올해에 50만명 이상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하고 경제적인 파급 효과도 4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 2013년 현시대를 살고있는 우리가 역사성을 가진 도시공간을 복원하고자 할 때 그 기준시점은 언제로 잡아야 할까. 서울은 조선왕조의 수도이기도 하였지만, 삼한시대부터 수많은 역사자원이 점층되어온 역사도시라는 점 때문에 화산재에 매몰되었다가 발굴된 폼페이우스처럼 서울 역시 지표층을 파들어 가면 도시 곳곳에서 역사유물자원이 쏟아져 나오는 '잃어버린 도시'라고 한다. 더구나 일제시대 때의 의도적이고 무자비한 역사자원 파괴와 아울러 때로는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스스로 그 역사성을 함몰시켜 오기로 했다.
서울시가 서울성곽복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가운데 도심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동대문성곽공원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동대문교회의 경우를 보면 그 함몰된 역사성을 어떻게 복원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겠다. 동대문교회는 구한말인 1892년도에 세워져 국내에서 세번째로 긴 역사를 가진 교회라고 한다. 이 때문에 감리교 유지재단이 교회의 역사성 보존을 위해 이전을 할 수 없다고 버텼던 까닭에 서울시와 무려 5년간이나 지루한 법적공방을 벌여야 했다. 서울시가 조선왕조때의 서울성곽을 복원하려는 정책을 실현하는 현장에서 동대문교회의 역사성보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좀더 이른 연대기로 거슬러올라간 서울성곽의 역사성보존이 더큰 공익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보상금 199억원을 지급하여 동대문교회를 경기도 광교 신도시로 이전시키는 안에 대해 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울시는 현재의 동대문교회 부지를 포함하여 종로구 종로6가 70번지 일대, 1만1,519.7㎡ (병원부지 8,999.4㎡, 교회부지 2,520.3㎡)에 동대문성곽공원을 조성하고 성곽도 복원한다. 총 사업비는 1,488억원으로 2014년 12월에 완료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