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 전경/자료=국토교통부] 지속되고 있는 경제불황은 건설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민간사업은 물론이거니와 공공발주까지 대폭 줄어들어 물량난을 겪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의 건설수주 동향에 따르면, 2013년 건설 수주액은 전년보다 10%이상 줄어든 90조원대 초반을 기록했다. 올해 수주 역시 90조~95조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업계의 불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공공공사 발주 물량도 해마다 2조원씩 감소하고 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 : SOC)투자는 ‘국민혈세 낭비‘라는 오명을 쓴 채, 정부예산마저 줄고 있다. ‘SOC‘이란 도로, 항만, 철도 등 도시의 사회기반시설을 말하는 것으로, 경제활동을 원활하게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SOC사업이 잘못된 수요예측과 무리한 사업진행으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고 있다.
부풀려진 수요예측으로 SOC사업 논란
대부분의 SOC사업은 사업진행에 앞서 예비타당성조사 및 타당성조사를 거치게 돼 있다. 이는 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하고, 무리한 추진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는 크게 경제성 분석과 정책성 분석으로 나눌 수 있다. 경제성 분석은 수요 및 편익추정, 비용추정, 경제성 및 재무성 평가, 민감도 분석 등이 이루어진다. 정책성 분석은 지역경제 파급효과, 지역균형개발, 사업추진 위험요인, 정책의 일관성 및 추진의지, 국고지원의 적합성, 재원조달 가능성, 환경성 등이 검토된다.
특히 교통시설의 수요예측은 몇명이(발생), 어디로(분포), 무엇을 타고(분담), 어떤 길로 가는지(배정)를 추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구 및 자동차, 산업종사자 수 등 다양한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불확실한 변수가 많이 존재하다보니 그만큼 정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수요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통행량 등의 수요예측을 부풀려 사업을 진행하고, 예측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요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경인아라뱃길’은 길이가 18㎞에 달하며 총 2조2500억원이 투입됐지만, 당초 분석보다 실제 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인아라뱃길의 B/C(비용편익분석)를 1.07로 경제성이 있다고(B/C가 1이하일 경우 사업성이 없다고 평가) 분석했다. 이에 2009년 공사를 시작해서, 2012년 개통했다. 하지만 개통한지 1년이 지나도록 경인아라뱃길을 이용하는 배는 거의 없다. 일반화물의 실제 수요는 철재 5만1000t, 잡화 8만 6000t 등으로 2008년 예측대비 1.9%에 불과하고 컨테이너 물동량은 8.2% 수준에 그쳤다. 또한 여객 및 관광 수요도 예측량인 59만9000명에서 36%인 21만5000명만이 이용했다.
[아라뱃길 위치도/자료=국토교통부] 이렇듯 경인아라뱃길은 수요예측 대비 물동량은 크게 못 미치고, 수변도로 보상비 3000억원과 매해 유지관리비로 수십억원이 지원되고 있다. 김포시와 인천시는 지자체 관리 몫인 수변공원 등의 시설을 인수해야 하지만, 사업성이 낮고 부담이 커 이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경인아라뱃길 주변 지역 연계개발계획까지도 2년째 걸음을 못 때고 있다. 인천시는 2009년, 경인운하가 통과하는 서구와 계양구에 휴양형 주거단지, 복합워터프론트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추진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경인아라뱃길이 운하·물류기능은 거의 없고 수질도 나빠져 관광·레저 시설로 이용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경상남도 창원과 옛 마산시를 잇는 마창대교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마창대교는 2004년 민자사업자인 ㈜마창대교에 의해 착공해, 2008년에 정식 개통했다. 총사업비는 2,648억원으로, 전체 길이는 접속도로 포함 8.7㎞에 달한다. 마창대교는 마산만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마산을 비롯한 창원 시내의 교통량 분산과 연간 400억원 가량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한 2006년이면 마산, 창원, 진해시의 인구가 모두 170만명에 이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 인구는 약 100만명에 불과했으며, 현재 마창대교는 하루 교통량이 1만5000~2만대 사이에 머무르고 있다. 당초 예측 통행량의 40~50% 수준이다. 게다가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MRG(최소운영수입) 협약에 따라 경남도에서 해마다 58~118억원의 보전금을 부담해야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실제 교통량이 예측 교통량에 못 미치는 이유로 마산신항 개항 등 주변 개발계획의 부진과, ‘양곡-완암’ 등 마창대교 연계도로의 준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이 도로가 개통됨에 따라 실제 마창대교의 교통량도 소폭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빗나간 수요예측으로 인해 운영수익은커녕 손실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피할 길이 없다.
[마창대교 예시도/자료=창원시] 전문가들은 SOC사업의 수요예측이 논란이 되는 원인으로 지자체의 ‘도시·군 기본계획’을 꼽는다. SOC사업이 시설 이용률을 추정하면서 인구예측을 하는데, 그 인구예측이 ‘도시·군 기본계획’ 상에서 크게 부풀려진다는 것이다. 인구예측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도로나 다리·철도 등의 시설을 이용할지 전망하는 것으로 수요예측의 중요 변수다. 따라서 SOC사업은 인구예측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지자체가 인구예측을 부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풀려진 인구예측으로 인해 수요예측 또한 불확실하게 되고, SOC사업의 적자운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 교통 SOC 사업의 수요예측 및 경제성 검증 강화
작년 12월, 국토교통부는 '공공교통시설 개발사업에 관한 투자평가지침' 개정안을 통해 교통SOC사업의 수요예측 및 경제성 분석방법을 대폭 보완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첫째로, 300억원 이상 교통SOC사업에 대해서 정밀한 타당성검증이 이뤄진다. 통행료 반영·통행배정모형 정밀화 등 교통수요예층방법론을 개선하고 이용가능지역·검토노선이용비율 검증 등 수요예측결과에 대한 적정성 검토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수요예측 결과를 제시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을 유형화해 상황별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둘째, 건설공사비 및 운영비의 적용기준을 정비했다. 도로·철도 등 부문별로 상이하게 적용되던 동일 프로세스 공종간 적용단가를 토공·배수공·포장공 3개 공통공종으로 통합한 표준단가를 제시했다. 또한 철도사업별 총액으로 제시되던 철도시설 운영유지관리비용을 운영비·유지관리비·유형자산대체비 3개 분야로 분류하고 유지보수 항목별로 제시하는 기준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교통관련 계획 수립단계에서 사업의 타당성 및 전체 사업간 우선순위를 검토할 수 있는 계획타당성평가의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또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지침)와 타당성평가(투자평가지침) 결과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양 지침을 통합할 수 있는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예비타당성조사지침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대규모 교통SOC 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기준이 강화되고, SOC사업의 부실 수요예측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업계 전문가들도 도시의 도로, 항만, 철도 등 주요 기반시설을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하는 SOC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역의 SOC시설의 현황을 정확히 분석·평가해, 효율적인 SOC시설 구축 및 유지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SOC사업을 물리적,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분석하고, 미래의 수요 및 위험요인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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