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미래 인터뷰]건축물 관리·방수설계 권위자 오상근 교수

안전 사각지대 지하 공간, 건축물 안전대책의 정책화 시급
뉴스일자:2018-11-16 17:50:12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자료=urban114]


[도시미래=조미진 기자] 구조물 안전과 수명 확보를 위한 방수·유지관리공학 분야 ‘국가대표 석학’이라 할 수 있는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그는 최초로 국산 원천방수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등록, 국내기업의 880만 달러 수출에 기여한 공로 등으로 지난 2015년 10월 정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여러 학회·협회의 회장으로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오 교수는 건축물 지하 공간의 위험성을 알리고 대책을 정책화하고, 또 국산 방수기술을 세계화하는데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

다음은 오상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요즘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지금 준비 하고 있는 활동은 지하공간 안전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우리 건축 분야에서 지하공간의 안전문제에 대해선 논의가 없었다. 그러나 시공품질 면에서 ‘지하’가 건축물의 뿌리이고 지상보다 더 중요하다. 지하는 안전, 보수·보강관리의 사각지대다. 특히 요즘에는 지하공간에 상가, 각종 위락시설, 편의 시설, 업무 시설이 많지만 지하 공간 환경에 대해 전문적인 논의가 전무한 상태다.

Q. 정부의 규제 같은 것이 없나?

A.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건축물의 지하공간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하 공간들이 갑자기 많아지고, 깊어지고 넓어지다 보니 관계자들, 설계자들도 ‘그냥 말뚝 박고 칸 막아서 콘크리트 쳐서 그냥 지으면 되지’ 이렇게 생각했다. 지하는 주차장이나 보관, 창고, 관리 용도로 활용했고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있는 거주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Q. 최근 여의도(IFC몰) 등의 지역에 지하 공간 활용이 두드러진다.

A. 그렇다. 지하철도 연결되고, 사람도 많고, 상가도 많다. 생활·거주·업무환경 면에서도 같이 고민하면서 발전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지하 공간의 공기질, 위생,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관심이 쏠렸다. 특히 요즘 ‘라돈’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지 않나. 사실 지하 공간의 라돈 문제는 심각하다. 환경부는 예전부터 지하의 라돈을 더 중점적으로 평가·판단 해왔다. 실내에서 라돈 문제가 발생한다고 언급되면 1층을 말했다. 사실 1충(땅 위)의 라돈은 바람이 불면 사라진다.
그런데 1층에서의 라돈도 지하에서 올라오는 비율이 높다. 지하 공간은 갇혀 있고 환기가 어려워 오래 머무는 사람들은 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괜히 겁주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 몰랐고, 환경부에서는 지하 공간의 공기질 문제로 조사·검토를 해왔다. 지하 주거 공간과 각종 상업시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환경부에서 자료도 내고, 언급을 많이 한다. 그런데 환기만 잘 시키면 된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상 공간에서나 통하는 개념이다. 건물주가 알아서, 사용자가 알아서, 매번 환기를 시킨다는 게 불가능하다. 먼저 환기 설비를 제대로 갖춰놔야 하는 것이다. 갇혀 있는 공간이기에 지하에서의 환기는 굉장히 복잡한 형태가 된다. 그러면 건물 지하로 라돈이 왜 들어올까?

Q. 건물 건축과정에서 사용되는 자재나 자연에서도 나오지 않나.

A. 맞다. 건축자재에서도 나온다. 또 누수 즉 지하수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원인이다. 건축자재나, 자연에서 라돈이 나온다는데 결국 광물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광물질 등의 자원들이 돌에서 만들어진다. 이런 돌이 부서지면서, 자갈이 되고 자갈이 부서져서 모래가 되고, 그런 돌들이 풍화를 계속적으로 거치면서 흙이 되지 않나. 이렇게 나온 자연의 광물질에서 우라늄 성분을 포함한 것들이 라돈으로 바뀐다. 그것이 인체로 들어가면 폐암을 유발한다. 라돈은 폐암 유발 요인 중 2순위에 해당된다. 1순위가 흡연이다. (편집자 주 :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1급 발암 물질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들이 ‘라돈 지형도(지도)’를 갖고 있다. 라돈이 많이 분포되는 지역에서 건물을 설계하고 지을 경우, 지하에서 올라오는 라돈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라돈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광물질이 화강암 계통이다. 화강암 안에는 여러 광물질이 섞여 있다. 화분 안의 작은 돌에서도 라돈이 나온다. 언론에는 좀 다뤄졌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라돈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안 썼다. 그러다 매일 쓰는 베개, 침대 등에 미세한 라돈이 있다는 정보가 나오자 다들 놀랬다.
어쨌든 지하공간에 구조체 설계나 잘못 된 시공 등으로 누수가 돼 광물질이 녹아 포함된 물이 건물 지하로 들어올 때 라돈 성분이 들어온다. 공기 중에도 라돈이 포함이 돼 있다.



[설명 중인 오상근 서울과기대 건축학부 교수/자료=urban114]



Q. 정부가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아닐까.

A. 맞다. 이미 이탈리아·체코·영국 등은 지하 공간을 만들 때, 라돈에 대한 ‘프로텍트’를 하게 돼 있다. 우리 정부도 먼저 인지를 해야 설계지침,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다. 라돈이 포함된 물이 실내로 들어갈 수 있다거나 라돈가스(기체)가 실내로 침입할 가능성이 있다면, 차단막을 씌우거나, 방수조치를 잘 하도록, 설계지침·고시 등 가이드를 해줘야한다. 그래야 설계자가 그에 따라 준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 없이, 설계자가 “이것은 문제니 막아야 한다”고 해도 건축주가 하지 말라고 하면 사실 설계자는 하기 어렵다.
건축주도 자기가 영원히 살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팔수도 있다. 나만 살면 나만 건강에 해가 되지만, 타인이 위해환경에 노출된 집을 사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 그러니 시공지침 등을 정부차원에서 만들어주는 게 맞다. 건물 심의하는 시청·구청도 예의주시하고, 건물주도 의식을 가져야 지하공간의 국민들 업무·거주·생활환경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확보될 수 있다. 그래서 지하안전협회와 한국건축시공학회를 창립해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제도·법적으로 어떻게 발전 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알려야 한다. ‘지하공간이 앞으로 이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와 관련 공무원들도 잘 모를 수 있다. 이에 학계에서 언급함으로써 정책·법에 반영되게 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단체 등에서 ‘쓸데없다’, ‘비용 아깝다’ 이렇게 대처하면 안 된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라면 비용문제를 거론할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그럴 상황은 아니지 않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일상에서 요리만 해도 매연에 노출되고, 지하에서 24시간 근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안전할까? 전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건설 분야에 시민단체가 없는 것 같다. 일각에서 시민단체라면 정부 힘들게 하고 대기업 겁박한다고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긍정적 발전, 심각성과 해결 방법 등을 알리기 위해 건설 분야도 시민단체가 필요하다.

Q. 가습기살균제 사태도 시민단체로 인해 이 정도 알려지고 대책이 나오고 있는 것 아니겠나.

A. 그렇다. 건설 분야에서도 안전·환경·품질 등 다양한 부분에서 논란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들은 모두 “학계가 해결을 해라”이런다. 이미 학계는 얘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학계에서 내놓은 논의들을 정부가 정책에 반영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사회적 문제가 있으면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거나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학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화 해줄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모았다. 그래서 ‘한국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 단체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들을 알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계의 인사들을 모시고, 공청회나 토론회도 개최하고 있다. 일례로 건물 누수로 인해 라돈이 유출되고, 콘크리트가 부식·침식된다. 그런데 눈에 안 보이니 사람들이 인식을 못한다. 그래서 라돈이 어떻게 들어오는지도 알리고 차단방법도 알린다. 
무엇보다 지반침하, 싱크홀, 지하수 저하·유출 등은 모두 건물·시설물은 안으로 물이 들어오면서 발생하는데 그걸 강제적으로 다 퍼내기만 하니까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물이 들어가면 지상이나 하수구로 퍼내기만 하니, 지하수 수위가 점점 떨어진다. 이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오상근 서울과기대 건축학부 교수/자료=urban114]


Q. 싱크홀도 일어나지 않나. 

A. 맞다. 싱크홀도 일어나고, 지반 침하도 일어나고, 지하의 물이 자꾸 없어지니 도시가 사막화 된다. 그리고 기후변화도 일어난다. 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땅이 말라버린다. 마른땅을 갑자기 공사로 파버리면, 무너지거나 변형이 생긴다. 공사 도중에 무너지기도 한다.

Q. 얼마 전 ‘상도 유치원’ 붕괴도 비슷한 문제였던 것 같다.

A. 그렇다. 말라버린 땅에 갑작스럽게 비가 오면 지층이 불안정하니 지반 침하도 생길 수 있다. 정상적 지질 구조가 아닌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물이 많아지고 지하로 흘러 들어가면, 땅에 변형이 생긴다. 며칠 동안 비가 오면 무너지기도 한다. 이렇게 지하 공간 내에 다양한 현상들이 벌어지니 건축물 안전 대책을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

Q. 방수, 누수 등을 주로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급한 문제들이 결국 연관된 것인가.

A. 그렇다. 단순히 물만 막는 게 아니라, 라돈이 들어오는 것이나, 누수문제, 지반 침하, 지하수 저하 등 그런 현상들이 전부 방치되고 있는 상태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다. 지하수 하나가 잘 관리되지 못하고, 서울지역만 하더라도 지하철·건축물에서 하루에 수십만 톤씩 지하수 배출이 일어난다고 하니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러면 결국 피해는 누가 보나? 시민들이다. 갑자기 사고를 당하면 그 사람만 피해를 보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Q. 라돈은 폐암 외에 다른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그렇다. 폐에 끼치는 해악이 가장 심각하게 알려져 있다. 라돈이 무색무취하기에, 일부 언론에선 ‘침묵의 살인마’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것이 방사성 동위원소가 전이가 되면서 호흡을 하면 제일먼저 폐로 흡입이 된다. 전이가 되면서 유전자를 파괴한다. 미세먼지도 폐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나. 앞으로 현대인은 폐로 어려움을 많이 겪을 수 있다.
결국 지하 공간 누수문제를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방수’ 조치 하나가 단순히 물만 막는 문제가 아닌 건강, 안전, 도시 생태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게 된다. 대안을 세워나가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은 물이 건물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다.

Q. 현재 몸담고 있는 학회, 협회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 또 하나 계획을 하고 있는 ‘한국건설방수방식학회’가 있다. 방수·방식을 제대로 좀 해보자 해서 이 학회를 만들어 발기인 대회를 했다. 제대로 지하공간의 방수·차수 등을 학술적, 기술적으로 더 체계적으로 갖춰나가자는 취지다. 한국건설방수방식학회도 이제 막 발기인 대회를 해서 시작했지만 향후 법인화해 제대로 활동을 해나가려고 하고 있다. 
또 요즘 주력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바로 방수분야의 국제화다. 그래서 ‘한중방수산업기술CEO국제협의회’ 활동을 하고 있다. 일 년에 두 번씩 행사를 한다. 우리나라 건설 신기술, 특허기술을 해외에 수출을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기 위해 계속 홍보를 해야 한다. 그게 가장 큰 목적이다. 
총 몸답고 있는 학회는 안 세어봐서 잘 모르지만 분야는 다 연결된다. 한 분야를 깊이 들어가다 보면 다른 분야까지 연결이 되고,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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