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지역발전위원회 회의/자료=청와대] 우리나라 국민의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도로 및 교통체계의 발달로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인구 및 가구의 이동이 과거 수도권으로 집중됐던 경향에서 벗어나, 점차 인접 지역 간 이동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인접한 도시와 도시, 도시와 농촌 간 상호 왕래가 비번해지고, 실제 생활공간은 행정구역 경계를 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변화하는 국민의 생활에 맞춰 주거, 교육, 문화, 복지, 환경 등 생활서비스의 질 향상이 매우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행정구역 중심의 지역 간 과다경쟁, 시설의 중복투자 등을 방지하고 지역 간 유기적 연계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최근 해외의 주요 국가에서도 이같은 필요성을 느끼고, 지역발전정책으로서 도시권 정책을 활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 도시권 정책은 지역적, 국가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역 간 협력을 기반으로 ‘자율적 정책’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영국·일본, 지역간 협력을 기반으로 ‘자율적 정책’
대표적으로 영국의 도시권(city-region)과 지자체 및 기업이 참여하는 파트너십(Local Enterprise Partnership), 일본의 지역 기초생활서비스 향상을 위한 ‘정주자립권’ 등이 유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영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개별 행정구역 단위정책의 한계를 인식했다. 특히, 영국정부는 도시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도시권을 설정하기 시작했다. 또한 구체적인 도시권의 범위는 지자체간의 ‘자발적 협력’에 기초해 결정하도록 했다. 이후 2010년에는 정부의 중앙집권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기존 도시권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수행됐다. 이에 같은 해 6월, ‘지자체-기업협의회(Local Enterprise Partnerships: LEPs)’가 등장하게 된다.
LEPs는 통근권을 중심으로 단일 지자체 및 복수의 지자체로 설립이 가능했다. LEPs설립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중앙정부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를 심사해 승인됐다. 정부에서 승인받은 LEPs는 지역성장기금 등을 지원받았으며, 그로인해 권역개발, 주택, 인프라, 도시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발전사업으로 추진했다. 2013년 기준, LEPs는 39개가 설치됐으며, 111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영국의 LEPs는 정부, 지자체 뿐 아니라 지역의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체의 광범위한 참여 및 지원을 독려했다. 민간기업이 지역정책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장기적인 LEPs의 발전을 위해서 기업체의 역할을 중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자료=지역발전위원회] 일본의 경우, 2009년 처음 ‘정주자립권’이 도입됐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출산율 감소를 일찍부터 겪어왔다. 2050년이면 고령 인구는 현재 대비 65% 증가하고, 전체 인구 규모는 현재 수준에서 25%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세로 지자체의 재정 악화, 생활환경 저하 등의 문제가 우려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방의 인구유출 억제를 위한 새로운 광역행정체계로서 정주자립권을 구상했다. 이는 주민이 원하는 의료, 복지, 문화, 경제활동 등 기초적 생활 기능을 중심지에 ‘집약’하며,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주변 주민이 이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지방의 중심지와 주변 시·정·촌이 자발적인 협종을 토대로 형성된 권역을 정주자립권으로 봤다.
정주자립권 협정에 따라 참여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정책분야는 세 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첫째, 정주에 필요한 ‘생활기능 확충’이다. 의료, 복지, 교육, 산업진흥, 환경 등이 해당된다. 둘째, ‘네트워크 강화’ 분야이다. 공공교통 확충이나 교통 인프라 정비, ICT 기반 정비, 교류·이주 지원, 로컬푸드 관련사업 등이다. 셋째, ‘권력관리 역량 강화’로 합동연수나 인사 교류, 외부 전문가 활용 등이 해당된다. 정주자립권 협정이 이루어지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심지에 지원되는 특별교부세가 연 4천만엔 가량이며, 협정을 체결한 주변 시·정·촌에는 연 1천만엔 내외이다 정주자립권 정책을 추진한 이래 지금까지 75개 권역이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 정부는 정주자립권 구상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갈 계획이며, ‘인구 감소를 막는 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의 도시권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지자체 간 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국내 지역발전정책도 점차 광역화되어 가는 거주민의 생활서비스의 효율적 공급 및 성장관리에 초점이 맞추고, 도시와 그 주변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가 중요시 되고 있다. 이에 영국과 일본의 지역발전정책처럼 국내 실정에 맞는 새로운 지역발전정책이 제시됐다.
[새로운 지역발전정책 방향/자료=지역발전위원회] 정부, 새로운 지역발전정책으로 ‘지역희망(HOPE) 프로젝트’
우리나라도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 부동산 가격하락,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해 개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형적 성장보다 국민행복이 실현되는 질적발전, 형평성·공정성, 삶의 질과 행복, 소프트 인프라와 문화, 환경과의 조화, 지방의 자율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토교통부(2013)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4개 시·구 중에서 쇠퇴징후를 보이는 도시는 96개(66.6%)로 나타났으며, 이 중 55개(38.1%)의 도시에서는 쇠퇴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도 도시의 쇠퇴는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 및 지역의 기능저하로 연계되어 지역의 인구 및 산업 유출 등의 악순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013년 7월,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 간 협력할 수 있는 상생전략을 마련하고, 주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새로운 지역발전정책의 비전으로 “국민에게 행복을, 지역에 희망을 주기 위한 지역희망(HOPE) 프로젝트”가 제시된 것이다. 지역희망프로젝트는 △지역행복생활권 기반 확충,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력 회복, △교육여건 개선, 창의적 인재 양성, △지역문화 융성, 생태 복원, △사각 없는 지역 복지·의료, △지역균형발전 시책 지속 추진 등 6대 분야 17개 실천과제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주민이 정책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실제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기반을 둔 ‘지역행복생활권’ 개념을 도입됐다. 행복생활권을 토대로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교육·문화·복지·환경 등 관련 정책 및 사업을 중점 추진될 전망이다. 앞으로 지역희망프로젝트는 ‘지역발전위원회’가 지역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지역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지역희망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광특회계 개편도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역발전 정책이 일상생활 여건에 기반을 두고 추진함으로써, 주민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또한 지역 간의 상시 협력적인 체계가 구축된다면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아울러, 도시적인 편리성과 농어촌의 쾌적성을 결합함으로써 행복한 지역 만들기를 위한 시너지 효과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될 ‘지역행복생활권’이 아직은 국민들에게 생소하지만,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과 행복감이 높아지는 정책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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