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장남 ‘마약 스캔들’ 귀가 조치 ‘재벌 봐주기’ 논란

재벌가 줄줄이 ‘마약 파문’ 구속된 다른 재벌 3세와 대조적
뉴스일자:2019-09-04 11:35:57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자료=CJ]

이재현 CJ 회장 장남이 변종 마약 밀반입 혐의로 적발되면서 재벌들의 마약 투약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과거 물의를 일으켰던 재벌가 자녀들의 마약 사건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4일 인천지방검찰청은 대마 카트리지를 밀반입(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한 혐의로 지난 1일 CJ그룹 후계 수업을 받고 있는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와 사건 정황 등에 따르면 이 씨의 마약류 소지는 공항 세관을 통해 적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항공 화물 속에서 대마 카트리지가 발견된 것.

공항 세관은 곧장 이를 검찰에 알렸고, 인천지검은 이씨를 인계받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변검사 대마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씨는 검찰조사에서 본인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이 씨가 혐의를 인정하자 마약류를 밀반입한 경위를 받고 진술서만 작성하게 한 뒤 이 씨를 귀가 조치했다. 이틀 뒤인 지난 3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따라 이씨는 인천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조사를 받았는데, 5시간 만에 또 귀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동종전과가 없고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는 이유 등으로 귀가 조치 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마는 환각 물질로 국내 반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특히 이 씨가 들여온 변종마약은 환각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수십 개의 액상대마 뿐만이 아닌 대마로 만든 사탕과 젤리, 그리고 흡입기구까지 반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결과 이씨는 대마를 흡입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인천지검은 이 씨가 혐의를 시인했기 때문에 불구속 입건했다고 해명했지만 이씨를 불구속 수사하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유사한 상황의 다른 사건은 통상 수사 기관이 마약밀수 사범을 검거하면 긴급체포·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확보 조치를 한다.

이는 최근 불거진 같은 죄명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일부 대기업 자재들이 모두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재계에 따르면 변종 대마 구매 등의 혐의를 받는 현대가 3세 정씨도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 체포된 바 있다. 재판에 넘겨진 정씨는 검찰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받고 선고를 앞두고 있다.

SK그룹 창업주의 손자 최씨도 대마초와 액상대마를 구입해 흡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 또한 결심 공판에서 징역형이 구형된 바 있다.

앞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씨도 지난 2015년 마약을 수차례 투약하고 지난해 의사 처방이 필요한 향정신성 의약품을 불법 복용한 혐의로 올해 4월 구속됐다. 

향후 거취 주목…마약 혐의 인정한 이선호, 경영승계 ‘위태’

이번 이씨가 반입한 액상 대마 카트리지도 앞서 마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그룹과 현대그룹 3세들이 투약한 것과 같은 종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인데, 단순 마약 투약이 아닌 마약 밀반입까지 시도한 이씨를 체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선 재벌가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같은 특혜 논란에 대해 CJ그룹 측은 “현재 조사중인 사안이라 따로 회사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이씨는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최근 식품전략기획1팀으로 보직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입사는 CJ그룹 4세 경영의 시동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이씨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예측이 분분하다. 최근 갑질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재벌 일가들은 경영에서 배재되거나 경영승계를 감행한다고 해도 시민단체 등이 반발이 거세져 승계에 부작용을 빚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이번 CJ에 경우는 앞서 현대와 SK와는 다르게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직계 장손이 마약에 적발돼 이례적이다.

이씨가 차기 CJ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인물이었던 만큼 이번 마약 파문으로 향후 그룹 내 그의 위상과 향후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선 이씨가 사실상 마약 혐의를 모두 인정한 만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한편, 이씨 부친인 이재현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故이병철 회장의 장손 故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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