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경기개발연구원]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월세 가격은 공급 증가의 영향으로 연속 하락하는 등 점차 월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저금리로 인한 전세 운용수익은 감소하고, 주택매매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인이 전세 대신 월세 공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월세 시장 확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본다. 그런데 경기개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월세 중심으로의 임대시장 변화에 있어 몇 가지 쟁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임대인은 월세를 선호하지만 임차인은 주거비가 저렴한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 연구원이 수도권 성인 700명(임대인 200명, 임차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의식조사 결과, 임대계약 갱신 시 임대인들은 전세(48%)보다 월세(52%)를 선호하는 반면 임차인들은 월세(24%)보다 전세(76%)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임대인으의 경우, 30%가, 월세 임대인은 89%가 향후 계약 갱신 시 월세 계약을 희망하고 있어 ‘전세→월세’ 선호비율이 ‘월세→전세’보다 높게 조사됐다. 그러나 전세 임차인의 경우 96%가, 월세 임차인은 36%가 향후 전세 거주를 희망한다.
둘째, 466조원에 이르는 전세보증금이 제때 임차인에게 반환되지 못하면 임차인의 월세 전환 또는 주택 구입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임대인의 전체보증금 반환 능력은 임차인들의 월세 전환 또는 주택 구입 확대 가능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국 전세보증금의 총액은 466조원으로 가계부채 964조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다. 게다가 가구당 평균 전세보증금 증가의 영향으로 전세보증금 총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임차인이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인이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위해 월세로 전환하려는 경우,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은 일종의 부채로 존재하게 된다. 이에 임차인에게 제때 반환되지 못하면 임차인의 주거선택을 제약하고 분쟁을 유발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세 임차인의 매매 수요 전환, 임대인의 월세 전환에 대한 제약을 완화하여 임대시장의 구조 변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경기개발연구원] 셋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위주의 정책은 자칫 임대인의 디스인센티브를 유발하여 임대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정부가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두 차례(2월 26일, 3월 6일) 발표했으나, 임대인들은 임대소득 과세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월세 임차인에 대해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임대인에 대해서는 임대소득을 파악하여 소득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임대소득 파악을 통해 세수 확충 기반 마련하고자 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임대인은 미등록자로 임대소득이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임대소득에 상응하는 세금 납부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방침에 따라 연간 소득세액을 추정하면, 임대소득 2천만원을 기점으로 소득세가 크게 늘어난다. 때문에 일부 임대인들은 임대보증금이나 월임대료를 조정 또는 인상하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임대소득 과세시 임대료를 올리겠다는 응답이 59%를 차지했다.
넷째, 아파트를 포함한 다양한 임대주택 수요가 나타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연구원의 조사 결과, 임대든 자가든 새로운 주거형태를 요구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주민의 80%가 고층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공급된 주택의 대부분이 아파트로, 이 같은 수요자의 희망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공급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유럽식 저층주택에 대한 선호가 아파트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 큰 특징이다. 한편,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여전히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으며, 주거비가 저렴한 다가구주택 거주를 희망하는 임차수요 또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임대사업에 사용된 투자금의 일부를 소득세에서 공제하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를 유도해야 된다고 봤다. 또한 신축방식으로 공급되는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서도 국민주택기금을 융자하여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이 용이하도록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제도를 시행하고, 민간임대주택의 공적 활용 및 주택개보수 등을 통해 중·저소득층을 위한 월세주택 재고 확충도 제안했다. 그 밖에, 다양한 장기모기지 상품 개발로 임차인의 주택구입을 지원하고 주택수요 변화에 대응하여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것도 주문했다. 연구원은 '앞서 언급된 과제들을 해결한다면, 향후 임대시장 변화에 따른 시장 혼란 가능성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며, 다가오는 월세 시대를 보다 현명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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