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자료=국토교통부]
서울시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지어진 ‘한남더힐’은 분양 당시 고가의 임대아파트로 이름을 떨친 곳이다. 3.3㎡ 당 평균 임대가격이 2,350만원, 공급면적은 최고 332㎡(펜트하우스)에 달했다. 일명 ‘귀족임대아파트’로 인기가 높았던 ‘한남더힐’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작년 감정평가 실시 이후이다. 분양전환 가격을 두고 시행사와 세입자 간에 논쟁이 일어난 것이다. 시행사는 3.3㎡당 최고 7,944만원(332㎡ 기준)을 내놓았지만, 세입자는 최고 2,904만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시행사와 세입자 사이의 의견 차이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국토교통부의 타당성 조사에까지 이르게 됐다.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 모두 ‘부적정’을 받고 적정 감정평가액이 발표됐지만, ‘한남더힐’의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자료=국토교통부]
‘한남더힐’ 왜 논란됐나
‘한남더힐’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0번지 일대에 위치하며, 대지면적은 111,511.5㎡에 달한다. 건축규모는 지하2층, 지상2층에서 12층까지이며, 공동주택(아파트 및 연립주택) 32개동 총 600세대이다. 600세대 중 133세대는 전용 59㎡, 463세대는 177~244㎡로 구성됐다. 2008년 5월에 사업계획이 승인됐고, 2009년 2월에 입주자를 모집, 2011년에 입주를 시작했다. 분양 당시에는 평균 4.3 대 1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현재 전용 177㎡ 이상의 임대보증금이 14억5900만~25억2000만원에 달하고, 월세도 240만~43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남더힐’은 앞뒤로 남산과 한강이라는 최적의 입지와 용적률 120%인 저밀도 저층 주거단지라는 장점을 가졌다. 특히, 조경면적도 36.13%로 일반아파트의 2~3배 수준이고, 파티룸, 게스트룸, 스크린골프장, 수영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돼 있다. 입지가 입지인 만큼 주변 교통여건도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한남더힐’이 처음부터 임대아파트로 계획된 것은 아니다. 사업시행자인 한스자람은 당초 이 곳을 강북의 대표 고급 분양아파트로 추진했으나, ‘분양가 상한제’에 발목을 잡혔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되면, 분양가는 땅값, 표준형 건축비와 연동해서 책정된다. 이에 건축비 및 자재 등에 제한이 생기고, 고급 주택으로 지을 수 없게 된다. 반면, 민간 임대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사업주체가 자유롭게 임대료를 책정 할 수 있다. 또 임대아파트는 세입자들의 동의가 있으면, 의무임대기간의 50%를 넘기면 분양전환이 가능하고, 분양가도 주변시세에 근접한 감정평가액으로 산정할 수 있다. 때문에 2008년 시행자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사업의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2013년 7월, ‘한남더힐’은 의무 임대기간 5년의 절반이 지나면서 분양전환에 들어갔다.
분양전환에 따른 시행사가 감정한 가격은 가장 작은 87㎡형의 경우 9억8천679만원, 가장 면적이 넓은 332㎡형은 79억9천215억원이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시행사의 감정평가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판단했다. 이에 세입자들이 또다른 감정평가법인에게 평가를 의뢰했고, 87㎡형은 6억4천565만원, 32㎡형은 29억2천160만으로 평가액이 약 2배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하나의 단지를 두고 너무 다른 감정평가가 나오자, 감정평가 제도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결국 지난해 세입자 측에서 국토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자료=국토교통부]
감정원의 결과에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
국토교통부는 한국감정원에 감정평가 타당성조사를 의뢰하여 적정성여부를 검토한 결과, 양측의 감정평가서가 모두 “부적정”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한국감정원은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일까지 ‘한남더힐’에 대한 감정평가 타당성조사를 실시했다. 감정평가 타당성조사는 감정평가서 분석, 현장조사, 자료수집(유사부동산 실거래사례, 인근부동산 탐문조사 등), 평가사 의견청취 등을 거쳐 자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된다. 한국감정원은 모든 법인이 주된 평가방법으로 채택한 ‘거래사례비교법’에 있어서, 사례선정, 시점수정, 품등비교 등에 있어 대부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평가액이 적정가격 범위(한국감정원 분석)를 벗어나 현저하게 과소(세입자측) 또는 과다(시행사측)한 것으로 판명됐다.
‘한남더힐’ 600세대에 대한 평가총액이 세입자측은 1조 1,699억원, 시행사측은 2조 5,512억원이지만, 한국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 수준은 1조 6,800억 원~1조 9,80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결과가 “부적정”으로 판정됨에 따라, 해당 감정평가사(법인 포함)에 대하여 6월 중 감정평가사징계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징계처분 할 계획이다. 또한, ‘한남더힐’ 감정평가와 같은 부실평가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감정평가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감정평가실무기준’을 개정하여 대규모 일반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감정평가 연수규칙을 개정하여 윤리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를 개정하여 감정평가업자가 감정평가서 발급시 감정평가서와 관련서류를 감정평가정보체계에 등록을 의무화하여 감정평가의 투명성을 강화한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부실 감정평가에 대하여는 징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의 감정평가가 발표됐지만, 시행자와 세입자들은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타당성 조사 결과가 향후 분양가 산정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 본다.
한편, 이 같은 갈등에 ‘분양가 상한제’에 적용에 대한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공임대의 경우, 임대주택법에 분양전환 가격에 대해 건설 원가와 감정가의 산술평균 가격으로 결정하도록 규정되어있다. 하지만 민간임대는 공공임대와 다르게 분양전환 가격에 대한 산정방식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다. 이에 ‘한남더힐’과 같이 감정평가액 분쟁은 비일비재하다. 일각에서는 민간 임대주택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분양전환 가격을 규제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남더힐’의 분양가 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