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의 화재는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하는가에 따라 도시 안전 및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대응사례를 통해 도시에서 어떻게 화재에 대비하고 대응하는지 살펴보겠다.
최근 고도성장과 경제발전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도시지역에 사회적 기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집중된 도시지역에 건축물이 밀집하게 됨으로써 한정된 공간의 활용을 위해 고층 및 초고층건축물이 유행처럼 건축되고 있다. 이와 같은 건축물들은 건물 외부의 심미성 외에 온열 환경을 위한 외단열 공법이 성행하고 있다.
고층 건축물은 경제성장의 상징이자 랜드마크로서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지만, 화재와 같은 재해 등에 있어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영국 그랜펠타워 화재 확대과정/그림=대전세종포럼(2018), 대전세종연구원]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화재인 그랜펠타워는 1974년 24층 높이 68m로 준공된 타워형 공공주택으로 약 40여 년이 지난 노후화된 건축물이다. 이에 2016년 고가의 비용을 들여 건물의 외장재, 창문 및 공동난방시설 등을 교체하는 보수공사를 하였다. 보수공사 당시 사용된 외장재는 알루미늄 금속 표면에 팽창된 폴리에틸렌 등으로 내부를 채운 샌드위치 패널로써 외단열공법으로 타워 외벽에 사용됐다.
화재는 건물 4층에서 발생하여 개구부를 통해 외부로 분출됐고, 외벽에 설치된 외장재가 화재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됐으며, 약 80여 명의 사망자와 20여 명의 중상자 및 79명의 행방불명자를 초래했다. 또한, 단열재와 외장재 사이에 공간으로 ‘굴뚝효과’가 조성돼 화재가 건물 상층으로 빠르게 연소 확대되는 큰 화재피해로 진전된 경우다. 이와 비슷한 국내 화재 사례로는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2010)와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2015), 제천스포츠센터 화재(2017) 가 있으며, 이후 고층 건축물 및 도심형 생활주택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14일 밤 런던 서부의 그랜펠타워에서 화재는 냉장고 폭발에 의하여 발생했으며, 단시간에 외벽 등을 통하여 건물 전체로 연소했으며, 사망자 79명, 중상자 20명, 실종자 79명 등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내화 구조의 공동주택은 방화구획이 완비된 것이 보통이고, 유럽의 공동주택 대부분이 방화구획에 대한 대책마련이 잘 되어 있지만, 그랜펠타워는 예외였으며 불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연소시킬 수 있었던 원인은 난연처리를 하지 않은 폴리에틸렌과 샌드위치 패널이 꼭대기 층까지 연결되어 있어 연돌효과로 인해 연소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진 것이다.
[기존 화재사례의 문제점/그림=대전세종포럼(2018), 대전세종연구원]
표에서와같이 화재사례들은 모두 분출화염과 관련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스팬드럴 및 발코니를 통한 층간 방화구획의 부재에 대한 문제점이 나타났으며, 특히 의정부 화재와 제천화재의 경우에는 1층에 대한 방화구획의 미비가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이러한 분출화염에 의한 화재피해는 매년 1500건 이상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화재안전지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 및 소방청의 경우, 초고층건물 긴급 안전점검 및 전문가 워크숍을 통한 현 상태와 개선방안에 대해 화재예방 및 대응역량 강화, 화재안전 성능평가, 외장재 성능개선 유도, 건축물 화재안전 기반강화 특히, 화재성능보강 기술 개발의 경우 수직화재확산 방지를 위한 개구부의 방화성 및 층간 방화구획이 시급하고 창호를 중심으로 한 화재안전지침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연구 등을 통해 지침마련이 시급하다.
[횡방향 및 종방향 흔들림 방지 버팀대 설치/그림=대전세종포럼(2018), 대전세종연구원]
화재의 원인 중 하나로 지진을 들 수 있으며 2016년 9월 12일 경주지진에 이어 2017년 11월 15일에도 포함에서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었다. 지진에 대한 안전 개념은 구조체에 대한 안전성 부분만을 고려해 설계했지만, 최근에는 비구조체에 대한 안전성과 유지력 부분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소화설비에 대한 내진설계는 배관의 하중을 지지하는 버팀대 위주로 설계되고 있다. 버팀대 위주의 설계 경우 배관의 하중, 배관 내부에 있는 물의 하중 그리고 관 부속품의 하중에 대한 버팀대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에 대한 해석을 주로 하게 된다.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에 의해 배관을 설계하는 경우 각 구간에 있는 모든 배관과 물의 무게를 합한 후 배관의 관 부속에 대한 무게를 대략 배관과 물의 총 무게의 15%로 간주하여 버팀대를 설계하게 된다.
무엇보다 공학적으로 신뢰성 있는 소화설비 배관의 내진설계를 위해서는 건축 구조물의 내진 요구성능에 따라 배관의 내진 요구 성능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 배관의 무게를 중심으로 설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향후 배관의 응력 등을 저감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는 방식의 합리적인 내진 설계방안이 강구되어야겠다.
[안전사회 구현을 위한 구성체계/그림=대전세종포럼(2018), 대전세종연구원]
상기 사례들은 화재의 대상이 되는 건물과 설비에 대해서 살펴보았으나 화재에 대응하고 대비하기 위한 사람이나 조직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2017년 9월 미국의 플로리다주 허리케인 ‘어마’가 북상하자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폭풍이 시작되면 우리는 여러분을 구할 수 없다”며 당장 떠나라고 경고했다. 미국 플로리다 동부 해안가의 인구 밀집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지자 미국 역사상 최대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나 주지사는 떠나라고 하고 시장은 가만히 있으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고 시장의 재난에 대한 판단의 잘못으로 인해 82명의 사망자와 재산피해액 1600억 달러(약 180조원)라는 큰 피해를 키웠다. 즉 재난 시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의식 강화와 안전생활의 습관화를 위한 교육 및 홍보 등 체계적인 활동 및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재정적 기반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재난은 발생시기와 피해범위에 대한 실마리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재난을 대응하는데 사용되는 비용을 투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손실비용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사회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정책집행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안전정책을 위한 제도가 안전문화 형성을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난 생존자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트라우마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으로 재난 이후에도 상당 기간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의 부상이나 죽음, 경제적인 손실, 생존자 자신의 신체 손상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재난 직후와 그 이후까지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다양한 심리적, 행동적 반응을 보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 및 재난의 특성, 사회문화적 요인 등이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심리적적인 상담지원 등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