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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자료=경기도]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억제하고 자연녹지환경을 보전하는 ‘개발제한구역’은 40여년간 이어진 국토정책이다. 그러나 1971년 첫 지정이후, 개발 및 재산권 행사라는 사적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1999년 대대적인 해제가 있었다. 당시 7개 중소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은 전면 해제됐고, 2000년에 들어서도 주거정책 및 개발정책에 따라 해제되거나 규제가 완화됐다. 2013년 기준으로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초기 지정면적의 71%가 남았으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제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해제지역의 개발사업을 유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규제완화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개발 심리만을 자극하는 나쁜 규제완화라며, 개발제한구역의 기본원칙을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료=국토교통부]
정부, 해제지역의 민간 개발사업 활성화 방안 마련
2008년 광역도시계획이 수립되면서 해제총량 및 지역이 선정됐다. 이에 보전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집단취락지구를 중심으로 개발제한구역은 지금까지 꾸준히 해제되어왔다. 이달 11일에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 정비 촉진”을 위한 규제개선이 본격 시행됐다. 국토교통부는 ‘개발제한구역의조정을위한도시관리계획변경안수립지침’ 및 ‘도시·군관리계획수립지침’을 일부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개정안의 중요내용은 크게 ‘집단취락 해제지역 정비 촉진’과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 개발 관련 규제완화’로 이루어졌다. 즉, 해제지역의 상업·공업 및 개발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집단취락 해제지역의 용도지역 선택이 다양해진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의 용도지역은 대부분이 자연녹지지역 또는 주거지역이다. 그러나 해제취락지역은 1,656개 106㎢ 중 정비가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취락은 10%에 불과하다. 정부는 용도지역 규제가 취락의 정비 지연과 주민의 생활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주거 이외의 판매시설이나 공장 등도 들어설 수 있게 허용했다. 이에 앞으로 기존 시가지나 주요 거점시설(공항, 항만, 철도역)과 연접하여 상업·공업기능 등 토지이용수요가 있는 해제취락은 토지이용수요에 적합한 용도지역(준주거지역, 근린상업지역, 준공업지역)으로 개발할 수 있다.
둘째, 주택건설의 임대주택 비율 등이 완화된다. 개발 사업시행자 부담완화 및 민간 개발사업 참여를 유도한다. 현재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35%이상 공급해야한다. 그러나 임대주택 건설용지가 6개월 이상 매각이 안되는 경우에는 분양주택 건설용지로 변경이 가능해진다. 또한 산업단지 및 물류단지 개발의 공원녹지 조성의무도 완화된다. 셋째, 민간의 해제지역 개발사업 참여를 유도한다. 기존에는 민간은 특수목적법인에 일부출자(1/2미만)하는 범위 내에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출자비율 제한을 완화(2/3미만)하고, 민간의 개발사업 참여가 확대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해제지역 개발사업 추진절차도 간소화되어, 산업단지 조성 및 도시개발사업 등의 개발계획이 4개월 이상 단축된다. 또한 소규모 도로에 의해 단절된 1만㎡ 미만의 개발제한구역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여 자투리 토지의 활용도를 높인다. 정부는 “규제 완화에 따라 해제 후 미착공 사업 등 약 12.4㎢의 개발사업(여의도 면적의 4.3배)이 촉진되어 사업 지연으로 생활불편을 겪는 지역주민의 불편이 해소되고 투자가 활성화되는 효과(4년간 최대 8조5천억원)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이 중 80%(약 10㎢)가 대전, 광주, 창원, 부산 등 지방에 위치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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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주변 그린벨트/자료=InteractiveTelegraph]
경실련 “개발제한구역 규제완화는 지역균형발전 역행”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정부의 발표 이후 바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개정안 시행 중단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규제완화로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의 공공성이 사익추구에 밀려 훼손될 것이라 봤다. 임대주택 의무 규정 폐지와 미간 출자비율 제한 완화는 민간의 사익추구만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또한 “사익에 눈 먼 토건재벌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을 이용 할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동 지역이 활용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실련은 해제지역 규제완화로 발생할 막대한 개발이익의 환수방안이 없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은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서 얻게 될 개발이득에 대한 환수 부분에 대해 구체적 방안이 없어 개발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갈 우려가 존재한다”라며, “나아가 현 정부와 여당은 개발이익 환수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국토가 재벌 건설사와 민간 개발사업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개발이익 환수제에 대한 지적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전문가들은 개발제한구역 규제완화가 불가피한 거라면, 개발이익 환수제를 반드시 지켜 형평성을 보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이 일본의 전철(前轍)을 밟을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1956년 일본은 도시 외곽에 폭 10㎞의 녹지대인 ‘근교지대’를 설정해, 대도시의 무분별한 확장과 도시연담화(conurbation)를 방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개발 압력이 높아지고, 땅값 폭등으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커졌다. 거기에 주택난과 토지개발을 통해 세수 증대를 바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도 늘어갔다. 결국 1965년 ‘근교지대’는 폐지되고 ‘시가화 조정구역’으로 개편되면서, 실패한 그린벨트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그린벨트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은 성공한 사례이다. 영국은 그린벨트 계획의 유효기간을 일반 도시계획보다 길게 설정해 정책에 따라 변경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변경할 경우 철저하게 관리되며, 개발이 꼭 필요한 경우 개발한 면적만큼 그린벨트 외곽지역의 면적을 늘려야한다. 또한, 그린벨트는 환경적으로도 잘 관리되어 주변지역보다 지가가 높다. 이는 환경보전과 재산권 보호라는 두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한 성공적인 사례이며, 우리나라도 개발제한구역의 환경적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도시화가 안정단계에 이르렀고, 후기 산업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도시환경의 질을 높이고 거주민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