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가 만든 기술발전지도 2035에서 표현하고 있는 미래의 디지털 트윈 사회, 자율형도시 모습 <출처 : ETRI>
도시경관은 단순히 건물과 거리의 조합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삶의 흔적이자,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공동체의 정체성이 스며든 시각적 환경이다. 오랫동안 경관 분석은 전문가의 경험과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왔으나,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우리는 도시경관을 보다 정밀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도시의 ‘얼굴’을 보는 방식은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도시 이미지 속에서 규칙을 찾아내고, 시각 요소를 정량화하며, 사람의 눈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경관의 구조를 파악한다. AI 기반 도시경관 이미지 분석은 도시계획, 공공디자인, 스마트시티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1. 인공지능을 활용한 경관 이미지 분석
AI는 도시의 수많은 이미지를 학습하여 건축물, 가로수, 간판, 도로, 하늘 등 시각 요소를 자동 분류하고, 각각의 비율과 조화를 정량화한다. 특히 딥러닝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은 도시의 시각 환경을 고해상도로 분석하고, 경관의 조화도·쾌적도·다양성 등을 정량적 지표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한 거리의 이미지를 AI가 분석하면 “녹지비율 15%, 노출 간판 22%, 시야 개방도 65%”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도출할 수 있다. 이는 경관 개선이 필요한 지역을 식별하거나, 특정 구간의 공공디자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2. 시민의 시선 데이터를 활용한 감성 경관 분석
경관은 전문가의 시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실제로 어떻게 도시를 인식하고 경험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SNS에 업로드된 사진, 위치기반 로그, 보행자의 GPS 경로 등에서 추출한 빅데이터는 시민의 시선 흐름, 선호 장소, 감정 반응 등을 반영한다.
AI는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람들이 주로 사진을 찍는 장소나 오래 머무는 공간, 혹은 불쾌감을 표현한 구역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민 친화적인 경관이 어떤 속성을 가지는지, 어떤 공간에서 시각적 만족도가 높은지를 감성 기반 지도로 시각화할 수 있다.
3. 디지털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과 경관 예측
도시의 모습을 3D 가상환경으로 재현하는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기술은, 개발 전 단계에서 경관 변화의 영향을 예측하고 다양한 설계 대안을 비교·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인공지능은 이 가상도시 모델 위에서 시점별 조망권 분석, 일조 시뮬레이션, 시야 차폐 예측 등 경관적 영향 요소를 정밀 계산한다.
예를 들어, 특정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인근 보행자 동선이나 창밖에서의 조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VR 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은 개발로 인한 민원을 사전에 줄이고, 과학적이고 투명한 도시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
4. 정책 수립을 위한 정량적 경관 데이터 구축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경관의 평가가 정량적 지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경관의 아름다움이나 조화로움을 직관에 의존해 판단했다면, 이제는 AI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수치화된 지표로 경관을 비교하고 관리할 수 있다.
예컨대 “시각적 혼잡도”, “녹지 가시성”, “간판 노출도”, “경관 통일성” 같은 요소를 기준화하여, 도시 전체를 경관 등급별로 분류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경관심의나 가이드라인 제정에 있어 객관성과 일관성을 강화하며,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