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HOME > NEWS > 심층취재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 무엇이 문제가 되나

강현선 기자   |   등록일 : 2015-01-20 17:33:16

좋아요버튼0 싫어요버튼0

이 기사를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이 기사를 트위터로 공유하기 이 기사를 프린트하기 목록으로 돌아가기

치솟는 전셋값과 전세물량 부족으로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는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8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에 나섰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전·월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을 끌어들여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을 육성하고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건설을 확대하는 두 갈래 방안으로, 잇단 전·월세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셋값 상승 등 전세난이 계속되는 데 따른 조치이다.

 

 

 

소유 ⇒ 거주, 자가 ⇒ 임대로의 구조 변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주거 의식의 전환 등으로 주택시장은 소유에서 거주로, 자가에서 임대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장기침체로 임대주택 공급은 정체 상태이다. 우리나라 임대주택 비중은 약 5%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에 비해 낮은 편이다. 게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상태 악화 등으로 서민용 공공 임대주택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임대주택 활성화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완화, 금융, 세제 지원 등 당근을 제시했다. LH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미매각 토지를 싼값에 내놓고, 그린벨트 해제 요건도 완화하는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 육성을 위해서는 보증보험의 보험료 인하, 주택기금 융자, 법인세 면제범위 확대 등이 속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민간에서 적극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내 민간임대사업의 수익률은 연 2% 안팎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최소 연 5~6% 정도는 돼야 유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려면 땅값 인하 등 외에 용적률과 층고(層高) 제한 완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의 상속세나 증여세 감면 제도 등도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은 보다 획기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민간 임대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은 임대비용 급등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급확대와 함께 급격하게 오른 전·월세 비용에 고통 받고 있는 서민가계가 연착륙할 수 있는 지원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형 임대사업 개요/자료=국토부]

  

초기 임대료가 치솟지 않도록 보완책 제시해야

정부는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택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양도세, 취득세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연 5% 이상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이르면 1월부터 입주자 모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 도하도시개발구역에서는 대림산업이 가칭 ‘e편한세상스테이’ 1,960가구를 짓는다. 서울 중구 신당동 도로교통공단 터에도 1,0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을 선보인 건 전세 수요를 월세로 돌리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고질적인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민간 기업이 양질의 월세 주택을 공급하면 전세 초과 수요를 흡수해 전·월세 가격을 모두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임대주택 사업을 가로막았던 걸림돌을 걷어내 기업 참여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 흐름에 대응하면서 국내 주택 임대 시장 선진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기간이 8년으로 긴 데다 임대료 인상률도 연 5%로 제한해 서민, 중산층 주거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수요가 많은 인기지역에서는 비싼 땅값 때문에 임대료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도심에선 월세가 1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중산층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결국 기업형 임대주택 역시 기존 임대주택처럼 외곽지역에 지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전세난 완화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형 임대주택 대상 부지가 주로 국공유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종전 부지인데 상당부분 행복주택과 입지가 겹치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기업형 임대주택 수요를 늘리려면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대폭 낮춰 세입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설사 수익 논리에 맞춰 초기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싸지지 않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대로 공급자인 건설사 입장에선 투자 유인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 이참에 기업형 임대주택뿐 아니라 개인 임대사업자 지원을 늘리는 한편 임대관리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멀리 보면 선진국처럼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중산층은 월세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큰 만큼 보증금 비중이 높은 반전세 형태로 공급해야 한다.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에게 일정 공급량을 우선 할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택지’다. 정부는 건설사의 택지 매입비용을 낮춰주기 위해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용지와 국공유지, 역세권 부지 등을 적정가에 매각하거나 연 임대료 2% 수준으로 장기 임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밝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 수도권 내 미매각 학교용지는 17개 지구, 19만 5,000㎡이며 오는 2016년까지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된 후 남는 수도권 종전부동산은 37개 기관, 2.1㎢다. 하지만 이는 총량일 뿐 실제로 개발이 가능한 용지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중산층 수요가 몰리는 도심 내 개발이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를 사전에 파악해야 기업형 민간임대의 성패를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은 나몰라라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부지 전체를 발표한 것”이라며 “이 중 개방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임대사업자가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각 부지별로 관계기관과 협의해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 발표 및 법안 처리 난항 예고

한 국토부 산하기관은 보유 부지 면적을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국토부의 지시를 대책 발표 당일에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대책 발표 내용이 불과 며칠 사이에 뒤바뀌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9일까지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중개업 겸업을 허용하는 내용이 대책에 포함돼 있었지만 발표 하루 전인 12일, 돌연 관련 내용이 빠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전 반대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발표 직전에야 내용을 알려줘서 중개업 겸업이 포함된 것을 알았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커질 수 있는 내용인 만큼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데 왜 그냥 밀어붙이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사전에 수요·공급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대책부터 발표한 뒤 난항을 겪게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강남보금자리는 불법 전매로 인한 웃돈이 최대 2억까지 치솟으며 사회적 문제가 된 반면 광명시흥 보금자리 등은 주민들의 반발로 해제절차를 밟는 양극화된 모습을 보인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행복주택 역시 대선공약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철로 위 주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지만 막상 가좌·오류지구에서 3.3㎡당 건축비용이 1,000만~1,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회한 상태다.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은 주택임대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따라서 연기금 등을 통한 투자재원 마련, 이해갈등 해소, 사후관리체계 구축, 신속한 법안 처리 등의 후속조치를 추진하여 기업형 임대사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좋아요버튼0 싫어요버튼0

이 기사를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이 기사를 트위터로 공유하기 이 기사를 프린트하기 목록으로 돌아가기

연관기사

도시미래종합기술공사 배너광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