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희망서울 마을박람회/자료=서울시]
모든 운동은 역사적 흐름 속에서 성장하고 분화되며 마을만들기 운동 역시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정치적·사회적 참여의식과 시민들의 협력적 협의 구조 속에서 움직이는 현재의 마을만들기 운동과는 차이가 나지만 두레나 향약, 한국전쟁 이후 마을 재건과 마을의 사안에 대해 주민 스스로 대응해나갔던 동두천 봉암리는 마을 재건을 넘어서서 ‘신협조직’, ‘안방문고’, ‘모험놀이터’, ‘장학회 설립’ 등 50여 년간 다양한 활동을 지속시킨 곳이다.
1960년대 후반 빈민들의 집단 주거지인 판자촌 철거와 1970년대 본격적인 도심 재개발로 주민들이 강제이주 당하는 철거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도시빈민들의 재정착을 돕기 위해 종교계를 중심으로 하는 도시빈민운동이 시작되었는데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삶터를 만들어나가는 사례들로 복음자리, 한독마을, 목화마을 등이 있다. 또한 70년대 부산 감천화력발전소, 온산지역 비철공단건설에 대응한 공해반대운동 등의 역사적 배경과 과정은 마을만들기 운동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70년대 이후에는 정주성이 강한 주거형태로 주민 간의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나름대로 마을의 규범이 만들어지고 운영되었던 「자생적 삶으로서의 마을만들기」가 나타난다.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민단체에 의해 「운동으로서의 마을만들기」가 형성되고 2000년대에는 마을만들기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2000년대 말부터 「도시계획 수법으로서의 마을만들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처럼 마을만들기 운동은 다양한 운동의 역사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왔으며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속에서 새롭게 전환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만들기 운동에서부터 환경운동과 결합된 생태마을만들기, 도시연대와 대구 삼덕동에서 이루어진 커뮤니티 디자인의 확산, 놀이터 가꾸기, 생협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 공동체 운동, 마을만들기 대학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유형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마을만들기 운동은 다양한 운동의 역사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왔으며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 속에서 새롭게 전환되고 있다.
[대구 삼덕동 마을만들기 사례/자료=대구YMCA]
마을만들기는 대부분 생활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개선 의지, 생활환경에 가해지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대응, 생활환경에서 겪는 일상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완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1970년대부터 전개되어온 도시빈민지역에서의 주민운동, 1980년대 이후의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기초한 지역운동의 전통·자립적 경제를 위한 생활협동운동, 환경·생태 공동체운동 등의 영향 속에서 성장하였다. 또 민선자치 이후에는 주민의 권리의식 신장과 주민참여의 확대에 따라 주민들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개선하고자 하는 주거권 확보와 정비운동 활성화로 그 필요성이 증가하였다.
마을만들기 운동의 새로운 고민
마을만들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정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지원정책도 활성화되고 있으며 마을단위에서의 논의와 실천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마을이라는 공간적 단위를 중심으로 하는 주민참여에만 치중하고 있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생활세계의 가치를 왜곡시키는 것에 대해 대응해야 하며 좋은 마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만들기로 나아가야 한다. 운동성을 지향하는 마을만들기 운동은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주민과의 소통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가치와 소통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협력 네트워크 구성 및 제도화 노력으로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관계들을 모으고 공동의 과제와 현 상황에 대한 진단, 그리고 방향을 도출하고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네트워크들이 지속되지 못하고 형식화되어버린 이유는 사례들에 대한 재반복적인 네트워크에 치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만들기 운동과 관련된 현안과 한계,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주제별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다양한 분야의 운동과 연대 및 분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마을만들기 운동은 실질적인 연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고착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각 운동들은 서로 연계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분화를 도모해야 하고, 사업지는 다른 공동체나 다른 영역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연계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