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도시 브랜딩 사례, 미국 뉴욕/자료=아이러브 뉴욕(http://iloveny.com/)]
최근 우리나라는 주거형 중심의 아파트 단지를 바탕으로 수없이 많은 신도시가 개발되었고 이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도시 환경이 구축되었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 발전과 도시 개발의 일방적인 양적 팽창으로 인해 도시의 환경이 획일화되는 양상이 두드러지면서 도시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세계화·정보화의 영향으로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국가 간의 경쟁 뿐 아니라 도시 간의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에 따라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많은 도시들은 이제 그 도시만이 가진 고유한 환경, 역사적 배경, 문화적 매력, 행정 서비스 등을 차별화하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도시 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는 국가 및 도시 브랜드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가 1996년 처음 사용한 국가 브랜드라는 개념을 도시에 적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도시 브랜드는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장소 또는 공간 개념과 연계시켜 확장하는 것으로, 도시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지역 특성화, 관광산업의 활성화, 기업 및 인재 유치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도시 차별화 전략이다.
도시 브랜드는 도시만의 유·무형 산물들을 체계적으로 조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형성한 정체성을 내외부에 명확히 인식시켜 ▲내부적(거주민, 관련기관, 공공)으로는 소속감 향상과 통합, 자긍심 고취 ▲외부적(기업, 관광객, 경쟁도시)으로는 도시에 대한 신뢰성과 투자 동기를 불어넣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 브랜드는 지역 발전의 동기를 부여하고 주체성을 확립하며, 도시가 긍정적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상징적 체제로서 작용한다. ‘도시가 가지는 다양한 환경, 기능, 시설, 서비스 등에 의해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외부의 인지도와 도시 이미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도시는 정부가 추구하는 경영 이념이나 도시 상품의 가치가 함축되어 있는 종합적인 상징적 체계로 이해된다. 도시 브랜드의 중요한 요소인 도시 이미지는 구성 요인에 의해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도시 이미지의 구성 요인/자료=urban114]
먼저 ①도로, 경계선, 보도 및 도시 공원 등과 같은 도시의 형성 및 제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구조물적(도시기반시설) 요인 ②기념물, 건축물, 랜드마크, 심볼 캐릭터 등과 같이 도시를 기억하고 연상하게 하는 상징적 요인 ③도시의 역사, 전통, 생활풍습, 축제, 이벤트 등과 같은 비물리적인 문화적 요인 ④도시공간의 오픈스페이스나 건물의 스카이라인 등과 같은 경관과 관련된 공간환경적 요인 ⑤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인구, 산업구조, 경제발전 등과 같은 도시기능적(사회적) 요인 등이다.
도시 브랜드의 특징으로는 장소성과 역사성을 들 수 있다. 도시는 상품과는 다르게 ‘공간’이라는 장소성에 다양한 층위의 시간들로 구성된다. 또한 도시가 가지는 반영구적인 수명은 도시로 하여금 역사성을 가지게 한다. 도시 브랜드의 이러한 성격은 일반적 브랜드가 소비자를 찾아 유통(이동)되는 것과는 다르게 소비자가 상품(특정 도시의 문화행사, 관광자원 등)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이러한 도시 브랜드는 도시의 유·무형 자원을 이용하여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도시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고, 차별화된 도시 이미지는 도시 브랜드에 개성을 가져오며 이는 도시 정체성의 구축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도시 경제에 파급효과까지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하나의 도시가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를 갖고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그 도시만의 지역적 특성, 잠재적 자원 그리고 도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 브랜딩 전략이 이루어져야 한다.
[Anholt의 도시 브랜드 육각형/자료=Anholt-GMI, City Brands Index, 2005]
국내·외 도시들이 도시 경쟁력과 이미지 제고를 위한 스토리텔링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도시 브랜딩 전략 중 하나로 ‘공간 스토리텔링’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공간 스토리텔링은 스토리텔링의 개념을 공간으로 확장·적용한 것으로, 도시가 보유한 콘텐츠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Rolf Jesen은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도시의 미래에 관하여 논하면서 문화적 전통이나 신화 그리고 유명 인물 등의 소재를 ‘이야기’로 변형시키고 활용할 줄 아는 도시를 ‘스토리텔링 도시(Storytelling City)’라고 정의한 바 있다(1996).
구분 |
Story |
Tell |
~ing |
특성 |
지역성 |
(오감에 의한) 경험성 |
(상호작용에 의한) 관계성 |
콘텐츠 |
도시의 유·무형 자산 |
도시 체험 |
도시 이미지 |
스토리텔링 |
스토리 원 소스 발굴 빛 개발 |
스토리 테마에 의한 체험 |
이미지에 의한 도시 가치 형성 |
공간을 장소화하고 장소성을 형성하는데 매개체가 되는 것은 공간이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인간은 공간을 체험하고 기억하며, 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공간 없이는 이야기가 생겨날 수 없다. 모든 이야기의 기본적 구성 요소 중에서 배경은 인물이 존재하고 사건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이다. 즉, 인간이 어떤 공간 속에서 특정한 체험을 함으로써 이야기는 탄생하게 된다. 또한 이야기를 듣는 것과 더불어 이야기를 말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체험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함으로써 인간은 공간을 소재로, 또는 매개로 하여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이처럼 공간과 인간 사이에 이야기가 자리함으로써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소통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공간 스토리텔링은 공간과 인간 사이에 이야기를 연결하는 교량이자, 그 이야기의 생성을 촉진하는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공간 스토리텔링을 위한 단계/자료=urban114]
공간 스토리텔링의 전략을 살펴보면 먼저 장소가 보유한 자산들을 물리적·환경적 요소, 인적·문화적 요소, 정서적·상징적 요소, 상대적 요소들로 분석하고 이러한 요소에서 나타나는 정체성을 도출해야 한다. 다음으로, 공간에서 도출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공간에 산재되어 있는 스토리를 목록화하여 테마 스토리를 발굴한다. 마지막으로 공간 분석을 통한 장소 자산의 요소와 발굴해낸 스토리를 기반으로 공간과 스토리를 연계하고 공간을 의미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간 스토리텔링을 통해 장소성을 추출해내는 과정은 동일한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각 단계별로 다른 층위의 장소성을 제시하며, 장소성을 강화하거나 심화시켜야 한다. 공간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문화와 도시적 특성이 고려되어야 하며, 도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중심으로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의 장소성을 발굴·계승하여 이를 현대의 감성에 맞게 복원시키거나 과거의 부정적인 장소성을 대체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적으로 생산해 부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