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시장/자료=urban114]
전통시장 쇠락 가속화에 대한 대책으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였으나 사실상 현재의 지원정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노후된 시설을 재정비하는 정도의 획일적 차원의 수준에 그치고 만다. 시설현대화, 시장정비사업, 경영현대화 등의 방안은 대형 유통업의 성장과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른 전통시장 쇠퇴의 외부적 요인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부족하였으며, 정부에 대한 의존도만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들어서는 차별화된 전략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문화를 통한 활성화 정책들이 시도되게 된다.
◆ 서울 중앙시장= 서울 중앙시장은 1950년 6·25 전쟁 직후 미곡 집단 상거래시장으로 발족하였으며 서울의 명물인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더불어 서울의 3대 시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주 업종은 크게 회센터, 유니폼, 이불 등으로 나뉘며 이곳에는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위치해 있기도 하다. 이곳은 한때 유동인구도 많고 장사 또한 성행하던 곳이었으나 1997년 IMF 사태 이후 대부분의 점포들이 빠져나가면서 50개에 달하는 공간이 유휴공간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2009년 서울시 컬처노믹스 정책에 따라 다시 공간이 재조성되었다.
최근 유휴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낙후된 지역의 방치된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지역 문화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지역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이 골자이다. 주로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거나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기존의 창작공간에 비해 공간구조 등의 개방성 덕에 지역주민이나 관광객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서울시 창작공간 조성사업은 도심의 유휴시설을 창작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계획되었는데 목표로는 첫째,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부각시키는 것이고 둘째, 시민을 위한 공간이자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는 것, 마지막으로는 낙후된 공간을 리모델링함으로써 도시 전체를 재생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양한 지향점을 설정함으로써 기존의 예술가 중심의 창작공간 조성이 아닌, 창작공간을 통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황학동별곡 축제/자료=urban114]
2012년 서울 중앙시장에서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상인 대상 ‘등공예만들기’ 프로그램이 7월 31일부터 10월 18일까지 총 14회 동안 진행되었다. 그해 서울 중앙시장에서 열렸던 축제인 <황학동별곡, 시장의 소리가 열린 날>에서는 상인들이 직접 만든 등공예 작품을 시장에 전시하고 다함께 노래하는 등의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이후 <황학동별곡>이라는 제목은 신당 창작아케이드 가을축제의 메인 타이틀이 되었다.
2014년 <가을축제 황학동별곡>에서는 미술 장학생들이 그린 앞치마 400개가 천장에 설치되고, 그 아래에서는 시장 상인인 할머니와 대학생의 드로잉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서울시 도시재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던 ‘신당창작아케이드’ 공간을 통해 서울 중앙시장에서의 문화예술활동들이 시작되는 계기를 맞았고, 매년 1회 열리는 시장에서의 예술축제와 그를 위한 사전프로그램들이 운영되며 지속돼 오고 있다.
◆ 전주 남부시장= 전주는 주변의 넉넉한 입지조건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농경지가 발달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전라도의 행정과 경제중심지로써 정기적으로 시장이 열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상인들을 통해 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왔다. 시장경영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주 남부시장은 1905년 정기 공설시장으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일본 상인들의 진출로 인해 동문, 북문, 서문 밖 시장이 쇠퇴하게 되면서 1923년 서문시장과 함께 전주 남문시장으로 통합되었다. 이후 남문시장은 대구의 서문시장과 함께 전국적인 시장으로 성장하였으며 남부시장이라는 명칭은 1936년 시장 상설화가 이루어지면서부터 불리기 시작했다. 1968년부터 1973년에는 현 시장건물 7개동의 신축분양, 1978년 10월 13일에 시장개설 허가가 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전주 남부시장/자료=전주시]
하지만 전주 또한 다른 지역과 다를 바 없이 1990년대 말 대형 할인점의 등장으로 쇠퇴하게 되었고 중앙, 남부, 서부시장 등 전주 시내 11개 상설 전통시장 내의 4,500여 개 점포를 비롯하여 1만 1,000개의 도소매 업체들의 연간 매출액은 1조 7천억여 원,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약 1억여 원으로, 이마트 전주점 하나의 연간 매출이 1천억 원 이상(2000년 기준)인 것으로 보았을 때 기존 전통시장이 얼마나 피해를 입고 있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상인들은 설 자리를 잃고 휴·폐업에 이르게 되었다.
[남부시장 청년몰 벽면 안내도/자료=urban114]
지역 내 영세소상인들의 몰락이 지속되자 다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만한 요소가 필요했고 그 결과 사회적기업 이음의 기획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후원을 통해 전주의 주요 전통시장 중 하나인 남부시장의 2층에 2012년 5월부터 청년장사꾼들이 운영하는 점포들로 이루어진 청년몰이 열리게 되었다. 남부시장 상인회는 일반 점포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임대료를 받고 청년들에게 유휴공간이던 시장 2층을 내주었고 현재는 32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남부시장의 기존 상인들은 대부분 고령화되었고 대부분이 생계형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이러한 시장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유휴공간인 남부시장의 2층 공간에 청년몰을 조성하였고 청년장사꾼들을 모집했다. 모집은 워크숍과 야시장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행되었는데, 기존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새로운 분위기의 시장을 꾸려나가기 위해 이미 남부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이템은 지양하도록 하였다. 선정된 청년장사꾼들은 (사)문화로놀이짱과 협업하여 아이템 선정부터 헌 가구를 활용한 점포 리모델링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청년몰에서는 청년장사꾼들이 제각각 자신의 점포를 꾸며나가기 시작했고, 야시장·문화기획단 등을 통해 남부시장에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낙후되고 오래된 이미지를 가진 전통시장에서 청년이 함께한다는 자체로 시장의 이미지를 젊고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었고, 언론보도와 입소문을 통한 방문객 증가 등으로 인해 전주한옥마을과 더불어 관광코스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청년몰에서 열리는 문화프로그램/자료=urban114]
현재 청년몰에서는 점포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상시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은 크게 시장체험프로그램, 음식프로그램, 디자인·기타 프로그램 세 가지로 분류된다. 시장체험프로그램에는 시장에서 직접 상인들에게 재료를 구입하고 요리하며 먹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해주는 프로그램과 남부시장을 둘러보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보는 프로그램, 상인들에게 직접 직업과 관련하여 인터뷰 및 대화를 하는 프로그램 등 주로 남부시장의 상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음식프로그램은 핸드드립 커피체험, 머핀케익 만들기 등 청년몰의 청년장사꾼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기타 프로그램에서는 종이피규어만들기, 에코백만들기, 음원제작체험 등 청년몰의 다양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직접 수공예 등의 작업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청년몰에서는 기존 남부시장과 젊은 청년장사꾼들이 서로 상생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여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