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개선사업의 사례/자료=안전행정부]
공공디자인 중에서 가장 눈에 띄게 활발한 사업으로 간판개선사업을 꼽을 수 있다. 간판 혹은 옥외광고물은 그 자체가 도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상가들이 밀집된 도심의 중심상업지역에서는 간판이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시각적 요소로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무질서하게 넘쳐나는 간판을 정비하고 쾌적한 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간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따라, 지자체들은 디자인 전담 공무원까지 두고 앞 다투어 간판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간판을 비롯한 옥외광고물들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나 조례에 따라 규제하고 있다. 간판의 규격과 색체, 서체, LED 조명 사용 등의 세부적인 권장 사항과 설치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간판개선사업은 본격적으로 지난 2008년부터 중앙정부차원에서 실시했고, 2011년부터는 안전행정부 산하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지자체와 민간의 간판개선사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옥외광고센터는 간판개선사업 무료 컨설팅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센터는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간판개선사업과 관련해 오랫동안 쌓아온 다양한 노하우, 교육 시스템, 디자인 방향, 지역적인 컨셉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23개 지역을 대상으로 무료컨설팅을 해준 데 이어, 올해는 32개 지역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간판정비사업 진행 경험이 없거나, 인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 센터 직원들이 현장에 직접 파견하는 지원책도 펼치고 있다. 센터는 주민 설득과 교육 방안 등을 제공하고, 사업자 선정 과정, 디자인의 기본 방향 등을 제시한다.
시민들도 이러한 간판개선사업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옥외광고센터가 전국 20∼5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간판 중심의 옥외광고 인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판개선사업 이후 거리환경이 쾌적해졌다’는 응답이 88.6%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간판개선사업의 실질적인 주체자인 업주와 지자체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전행정부의 ‘간판개선사업 공모’에 선정되면 업체들은 약 200~400만원까지 지원을 받고, 지원 금액의 일부를 자부담금으로 납부해야한다. 하지만 자부담금이나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업소들이 반대를 하거나, 업소간에 지원비가 차이나는 등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강남 압구정동 현대 상가/자료=안전행정부]
또한, 전문가들은 간판개선사업에서 간판의 가독성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판개선 사업으로 인해 많이 적용되고 있는 ‘입체 간판’은 이전의 간판들에 비해 디자인된 느낌은 있으나 가독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한글의 경우 글자 주변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글자가 굵어져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간판이란 소상인·업주들에게 있어서는 생존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간판을 튀게 만들고 자극적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다보니 새로 바뀐 간판에 불법으로 덧붙이거나 하는 바람에 또 하나의 공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