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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권역 확대조치를 두고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미국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대국굴기를 우려하는 눈으로 보고있는 시점에 한반도의 남단에 위치한 창원(마산)시의 해상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담은 갑론을박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른바 마산의 신도시식별권역 확대논란이라 할만하다. 마산항의 앞바다 63만평방미터(19만평)를 매립하여 인공섬을 만듦으로써 세계적인 비즈니스 코어시티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중앙언론의 주목도 별로 끌지 못한 채 숱한 반대 속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마산 해상신도시 개발정책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할까.(관련기사 http://www.urban114.com/news/detail.php?wr_id=365)
마산만은 자루나 주머니처럼 길고 잘룩한 해협으로 이루어진 바다이며 그 촛점에 놓인 마산은 천혜의 양항이었다. 자연적인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과 곶들이 마산만 입구에 잘 발달되어 대형 인공구조물 없이도 웬만한 태풍에도 끄덕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마산만을 끼고 (구)자유수출공단, 창원국가산업단지, 두산중공업 등의 산업시설이 집중 개발된 상태여서 공장폐수의 유입으로 인한 수질악화 및 토사유입으로 인한 수심부족으로 1970년대에 개발된 구마산항은 대형선박들이 접안을 할 수 없게되는 바람에 항만의 경쟁력을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지난 2004년 정부는 마산항을 준설함과 동시에 그 준설토를 이용하여 마산항 서측에 가포신항 43만 3천㎡ 를 조성하여 지난 2013년 7월 마산지방해양항만청으로부터 준공 승인을 받고 개장 준비를 하고 있으나 당초 예상했던 물동량이 확보되지 않아 정상적인 개장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컨테이너 2선석과 일반화물 2선석으로 계획되었던 신항만은 고질적인 마산만의 수심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4선석 모두 일반화물만 취급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결국 항만기능 개선을 위해서는 추가 준설의 필요성이 대두됨과 동시에 준설토 처리를 위한 추가매립의 후보지의 물색이 불가피해졌다. 통합창원시의 미래성장을 이끌고 성장동력의 창출을 위해 업무, 문화관광, 연구개발(R&D) 등의 기능을 갖춘 인공섬 형태의 해양신도시인 '비즈니스 코어시티'의 개발이라는 화려한 개발청사진은 이처럼 마산신항의 항만기능회복이라는 맥락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노산 이은상이 '가고파'라는 노랫말에서 그렸던 그리운 남쪽바다 마산만의 생태환경 파괴문제는 우선 접어두더라도 그러한 인공섬 형태의 해양신도시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자금 4천260억원, 민자 1조5천440억원 등 1조9천7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조성할 계획으로 이미 착공에 들어간 마산 해양신도시의 토지이용계획을 살펴보면 특별계획구역 내 3개 기능(국제컨벤션타운, 해양문화복합센터, 국제메디컬컴플렉스)과 일반분양 및 공공기반시설인 4개 기능(해양레저지구, R&D 이노베이션 단지, 가고파해변공원, 시사이드몰)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민자유치의 주요 자금원은 1만세대에 이르는 주거시설의 분양수익이 핵심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즉, 아파트 분양수익으로 민자를 조달하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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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가 즐비한 부산의 해운대처럼 마산 해양신도시가 새로운 컴팩트시티로 개발되어 우리나라 남부해안의 거점도시 기능을 공고히 하는 데 반대할 이유야 없지만, 과연 그러한 구상이 현실적이며 바람직한 것인가를 두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머리가 갸우뚱해지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원래 마산은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을 주도해옴으로써 인구 50만의 경남 제일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는데, 창원국가산업단지의 건설과 함께 경남도청을 창원으로 이전하면서 도시의 중추관리기능의 상당부분이 점차 신도시 창원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오동동, 산호동을 비롯한 마산시의 원도심은 도심공동화의 부작용을 심하게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마산의 원도심 기능을 회복하고 새로운 도시성장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옛날의 한일합섬 공장부지를 비롯하여 총 48개 지역, 3만7000 가구에 달하는 물량의 재개발사업들이 오래 전부터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악화와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인하여 이들 사업들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상업지역이 다수 포함된 상남산호지구 같은 재개발지구는 이미 쇠락한 구도심의 상가수요에 대해 회의를 품지않을 수 없는 시공사의 투자의욕 위축으로 말미암아 장기간 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려 만세대가 넘는 주거시설을 인공섬에 건설함으로써 천문학적인 신도시건설비용을 충당하고자 하는 해양신도시 건설계획은 그렇잖아도 진행속도가 지지부진한 기존 원도심지역의 재개발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들을 일거에 물거품이 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의 고도성장기때처럼 지어놓기만 하면 분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도시의 한정된 개발수요를 어떻게 충족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도의 도시공간 배치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면적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청사진 속에 들어있는 인공섬의 국제컨벤션타운과 같은 경우 기존 창원시의 컨벤션센터가 일년중에 몇번이나 사용되고 있는지, 지금 한도시로 통합된 마산과 창원에 중복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운동장, 문화관, 미술관 등등의 도시공공시설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실태를 조금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우선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개발전략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마산신항의 물동량 부실예측과 잘못된 항만개발정책을 땜질하기 위해 급조된 마산 해양신도시 건설정책은 마산에 축복이 아니라 마산의 원도심 상권과 마산만을 질식시키는 화근이 될 것이다. 지금 마산에 필요한 것은 바다를 메꾸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원도심의 재생과 기능회복을 위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