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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진/자료=경북도]
안타까운 사고가 또 벌어졌다.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대대적인 조사와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만 금새 또 잊어버린다. 지난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체육관에는 대학 신입생 및 재학생, 이벤트 직원까지 총 537명이 모여 있었고, 붕괴로 인해 1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했다. 체육관 붕괴사고 원인으로 폭설과 부실시공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다중이용시설의 샌드위치패널 이용이나 PEB공법 등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설계·시공·감리 등 총체적 부실”
경찰이 마우나오션리조트, 설계사무소, 시공사, 감리업체, 총학생회, 이벤트사측 관계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가지고, 지난 2월 28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설계단계부터 감리단계까지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2009년 6월 경주시로부터 운동시설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같은 달 착공신고서를 제출한 후, 공사를 시작해 2009년 9월에 사용승인서를 교부받았다. 체육관은 PEB(Pre-engineered Building)공법으로 설계됐으며, 1층 규모 조립식 건물로 면적은 1,205㎡, 지붕까지 높이는 10m다.
PEB공법이란, 강철로 골격을 세우고 외벽은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하는 건축공법을 말한다. PEB공법은 철골구조물로 장 내에 기둥 없이 최대 건물폭(Span)을 120m까지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샌드위치패널은 철판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은 것으로, 일반적으로 표면은 플라스틱, 알리미늄판, 스테인리스판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이 PEB공법은 가격이 싸고 변형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임시건물이나 창고 등의 건물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열에 매우 취약하며, 따로 지지하는 기둥이 없어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체육관의 경우도 지붕에 50cm 이상 쌓인 눈과 녹아내린 얼음물 등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붕이 붕괴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구조 및 안전에 취약한 자재를 소규모 임시건물이 아닌, 체육관과 같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 사용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경찰조사 결과, 시공단계에서 부실시공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체육관 시공당시 시공업체에서 도면과 달리 임의로 보조기둥바닥판의 앙카볼트를 4개에서 2개로 변경한 사실이 적발됐다. 그리고 주기둥과 앙카볼트를 연결한 다음, 고강도 무수축 몰타르를 5센티미터로 시공해 주기둥을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하지만, 시공업체는 몰타르 시공 대신 시멘트로 마감처리했다. 그로 인해 주기둥 하부와 앙카볼트가 상당히 부식되는 등 하부지지 구조가 매우 부실한 상황이 확인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붕괴된 체육관의 기둥과 보에도 제대로 된 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체육관의 경우 양쪽 각각 7개의 주기둥에 보가 연결돼 있으며, 연결부위는 모두 볼트로 죄어져 있다. 또 각각의 보 중간 연결부 12개, 보와 보의 지붕 접합부에 14개의 볼트가 쓰였다. 그러나 7개의 보를 연결하는 대들보는 일반적으로 이 공법을 채택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공법은 하중이 구조물 한 곳으로 조금만 쏠려도 무너지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체육관은 무대방향 쪽을 지탱하던 기둥과 보, 샌드위치패널에 하중이 쏠리면서, 기둥에서 보는 45~60° 각도로 꺾여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붕괴된 체육관의 설계 및 시공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안전점검 대상이 아닌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체육관은 건축법상 운동시설로 허가를 받았으나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범상 점검을 요하는 ‘연면적 5,000㎡이상의 다중이용건축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적 대상이 아니기에 리조트 측에서도 허가받은 이후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당시 리조트가 소재하는 지역은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제설작업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이 설계, 시공, 감리 등의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내포된 부실공사였다는 것과 안전점검 및 제설작업을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책임자를 엄정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PEB 개념도/자료=urban114]
샌드위치패널(PEB공법)로 지은 건축물, 전국 8만동에 달해
경북도에 따르면, PEB공법으로 지어진 1,000㎡규모 이상 건물은 모두 2,54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국에 PEB공법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8만동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만동을 넘기며 제일 많았고, 용도별로는 공장이 3만동 넘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건축법상 다중이용시설로 판단할 수 있는 건축물도 2천동이 넘게 확인됐다. 즉, 전국의 2천동이 넘는 건축물이 이번 사고와 비슷한 위험 속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PEB공법으로 지은 모든 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체육관이나 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이같은 지적에 ‘기후변화 대비 건축물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고, 폭설, 폭풍, 지진 등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안전건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PEB 등 특수 건축물은 설계의 적정성을 건축심의를 통해 검증받아야 하고, 도면에 맞게 견실하게 시공되었는지를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된 적설하중 기준은 올해 5월까지 지역별 적설하중 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개정 전까지는 모든 건축물에 지붕 기울기가 1/3 미만인 경우에는 습설하중을 25kg/㎡를 추가하고, 관측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산지 등 국지적 폭설이 있었던 지역은 지역 절설하중을 상향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허가관청에게 권고했다. 그밖에 불법용도변경 관리 강화 등이 이뤄지며, 올해 안으로 ‘건축법 시행령’과 ‘건축구조기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샌드위치패널’ 건축물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만 집중 제기 돼왔다. 1999년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사고,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 2012년 고양 일산의 공장 화재사고 등 샌드위치패널이 불에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와 추가 건물 붕괴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때문에 건축물 시공상 구조안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도 허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사고를 천재지변에 의한 재난으로 보지 않는다.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보다, PEB공법 건축물의 부실시공과 허술한 안전관리 등이 붕괴의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더 이상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