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권역도/자료=국회입법조사처]
수도권규제가 1960년대 이후 50여 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의 과밀해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수도권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방 경제는 여전히 침체되고 있으며, 규제라는 강제적인 틀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도 늘어가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규제로 인해 수도권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규제완화로 인해 지역 불균형과 국가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정부가 ‘규제개혁’을 향한 집념을 보이면서 수도권규제완화를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이에 대한 논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규제 정책의 배경과 현황
60년대초부터 시작된 서울로의 인구집중은 70년대 중반 이후 보다 광역적으로 확산되어 소위 수도권 집중이라는 커다란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됐다. 수도권 집중은 다른 지역의 성장을 저해하고, 지역간 격차를 키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인식에 따라 정부는 1964년 ‘대도시인구집중방지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억제정책을 펼치게 됐다. 지금까지의 시대별 수도권 정책을 한국경제연구원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자료=한국경제연구원]
먼저, 1960년대는 문제인식기이다. 당시 경제개발정책의 결과로 서울을 중심으로 대도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주택난, 교통난, 환경파괴 등 도시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인구집중에 따른 비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산업, 교육, 공공시설 등의 분산이 모색됐다. 그러나 이 시기는 지속적인 고도성장이 국가의 최우선 정책이었기 때문에, 대도시의 성장을 억제할 수 없었다. 특히, 서울의 강북편중을 방지하기 위해, 강남 개발이 추진되면서 오히려 서울이 공간적으로 확장됐다. 이에 1964년 ‘대도시인구집중방지책’이 마련됐으며, 1969년에는 ‘대도시인구및시설의조정대책’이 세워졌다.
1960년대를 지나 1970년대는 시책형성기로, 이 시기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 및 분산 시책이 제시됐다. 1970년 ‘수도권인구과밀억제에관한기본지침’을 시작으로 1971년 ‘제1차국토종합개발계획’, 1973년 ‘대도시인구분산책’, 1975년 ‘서울시인구소산계획’ 등 청와대, 경제기획원, 서울시 등에서 이어서 수도권정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정책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물리적 규제와 정비가 이뤄졌고, 수도권의 개념이 좀더 명확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또한, 대도시 문제의 일환인 서울의 문제에서 광역수도권의 문제로 정책의 대상이 조정됐으며, 개발제한구역 바깥 외곽지역 인구가 급성장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를 대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는 정비추진기로 볼 수 있다. 수도권 집중 억제시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집중은 여전했다. 또한 1970년대 중반 이후 광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연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1977년 ‘수도권인구재배치기본계획’과 같이 기존의 인구분산시책들이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지게 됐다. 1982년도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하고, 법적 지위 확보에 중점을 뒀다. 이 법에 의거 수립된 1984년 ‘수도권정비계획’의 주된 내용은 수도권을 5개 권역(이전촉진권역, 제한정비권역, 개발유도권역, 개발유보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누어 인구집중 유발시설에 대해 상이한 입지규제를 가했다. 또한 수도권 공업입지 규제에 있어 개별입지는 공장건축총량제에 의해, 계획입지는 수도권정비계획에 의해 별도로 규제함으로써 수도권 규제를 보다 유기적으로 수행했다.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 시책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세계화 흐름에 발맞춰 균형개발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지역기반 구축을 중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국토정책도 수도권 집중 억제보다 지방을 포함한 대도시권의 성장관리에 중점을 두게 됐다. 이를 위해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전면 개정됐다. 이때 수도권의 공간권역구분을 기존 5개에서 과밀억제, 성장관리, 자연보전 등 3개 권역으로 단순화했다. 또한 인구유발시설에 대한 직접규제에서 과밀부담금, 대학과 공장의 총량규제 등 간접규제도 도입됐다. 특히, 수도권 집중 억제규제와 관련해서는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라는 원칙을 세웠다. 이러한 원칙은 2005년에 발표된 ‘수도권발전종합대책’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수도권발전종합대책’으로 기존의 입지규제 중심의 소극적 접근에서 지방과 수도권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이 제안됐다. 이에 현재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방화 추진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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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규제, 자율적 계획관리가 필요
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의 3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과밀억제권역이란,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되었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성장관리권역은 과밀억제권역으로부터 이전하는 인구와 산업을 계획적으로 유치하고 산업의 입지와 도시의 개발을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며, 자연보전권역은 한강 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을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대기업 신·증설 금지(자연보전권역), 대학 신·증설 금지, 공업용지 조성 등 대규모개발사업 제한, 공장총량 등 공업입지에 대해 규제를 받고 있다.
또한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수도권 및 비수도권 지역에 적용되는 규제도 있다. 수질보전 관련 팔당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가 있으며, 개발제한구역과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따른 규제가 적용된다. 개발제한구역은 경기도면적 대비 11.6%, 전국 GB면적대비 30.4%를 차지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도 경기도면적 대비 21.8%, 전국 해당규제면적대비 41.5%를 차지하고 있다. 수질보전관련 규제지역의 경우 자연보전권역과 중복규제를 받고 있다.
수도권규제는 1990년대 들어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2009년 규제합리화 조치와 2011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개정을 통해 공장입지, 대형건축물, 개발사업, 연수시설 규제 등이 본격적으로 완화됐다. 이에 산업단지내(과밀·성장) 규모·업종 제한 폐지, 공장 신설·증설·이전 허용, 자연보전권역내 오염총량제를 전제로 관광단지, 대형건축물, 폐수 비발생 공장 신·증설 허용, 연수시설의 규모 완화 등의 조치가 실행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개별입지의 대기업 공장 신설 허용, 자연보전권역의 입지허용 확대 등의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연보전권역에서 6만㎡를 초과한 공업지역 입지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총량범위 내에서 공업지역 면적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은 2011년 9월 기준 수도권 규제 개선으로 417개 기업 67조 504억원 투자와 147,0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봤다. 또한 정비발전지구 도입 대상 지역 중 점적인 지역인 공공기관 이전적지, 반환공여구역 개발시 각각 최대 143,657명, 651,239명 고용유발효과 기대한다. 이에 수도권정비계획을 대도시권 관리계획으로 전환해, 일본, 프랑스, 영국과 같은 대도시권 중심의 세계적인 경쟁체계에 대응하고, 자율적 계획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수도권 규제를 과도하게 완화해도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틀 자체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투자심리를 고취할 수 있는 사안부터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