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미래=조미진 기자] 최근 서울·부산 등 지하철을 운영하는 6개 광역 지자체가 2017년에만 4700억 원이 넘는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봤다며 “제도를 도입한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무임승차를 유지하되 급증하는 고령인구를 감안, 나이를 상향하자는 견해가 많으며 70세, 78세 등의 기준점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노인 무임승차 관련 법조항은 강제성이 없다며, 지자체 책임을 강조하고 하는 상황. 정부 부처 중 보건복지부는 제도 폐지를 걱정하는 민원이 많고, 부처 특성상 혜택을 줄이는 성격의 법조항 수정은 검토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대도시 지하철에만 한정된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교통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지역간 형평성에도 부합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서울 등 지자체 “제도 시작한 정부가 보전해야”
최근 서울시와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개 특별·광역 지자체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도시철도(지하철)의 법정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2020년도 정부 보전을 끌어내기 위해 공동대응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정 무임승차 대상은 노인, 장애인, 유공자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6개 지자체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를 지난 2월22일 개최해 오는 2020년 정부예산 확보, 국비보전 근거인 도시철도법 개정안 통과 등을 논의했고, 공동대응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이중 노인 무임승차는 지난 1984년 5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에 따라 노인복지법 제26조와 함께 시작됐다. 이어 장애인, 유공자에 대한 무임승차도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시행됐다. 해당 제도는 이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활동을 유도했다고 지자체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와 도시철도 노선의 광역화, 투입 비용에 비해 낮은 운임 수준 등으로 적자는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자체들에 따르면 전국 지하철의 2017년 기준 전체 무임승객은 4억4000 명, 운임손실은 59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중 노인비율은 80%, 장애인 17.6%, 유공자 3.4% 가량이다. 노인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으며, 전국 지하철 전체 사용인원과 대비해서도 14.5%를 차지한다.
특히 서울과 부산은 도시철도 시설물들이 30년 넘어 내구연한을 경과했지만 계속되는 적자문제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시민의 안전보장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 “법정 무임승차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도입된 것”이라며 “원인제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법정 무임승차 손실 또한 정부가 보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철도과장은 “국가 차원의 교통복지 사무로서 시행되고 있는 법정 무임승차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도시철도의 안전성을 위해 정부 보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노인을 포함한 무임승차 제도의 유지에는 반대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지자체 수입이라 할 수 있는 지방세가 정부가 거둬들이는 국세의 25%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를 정부 보전의 또다른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한편 정부는 서울, 인천과 함께 수도권 도시철도를 운영 중인 코레일의 적자 부분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원인 제공자인 정부가 무임승차 손실의 50~60%를 보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똑같은 운임으로 같은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자신들에게는 손실 보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측은 “(그외) 도시철도 운영 주체는 지자체이고, 무임승차 손실 역시 운영 주체인 지자체가 부담해야한다. 법정 무임승차의 도입 또한 지자체가 결정한 사항”이라며 14년간 지자체의 지원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3월 황희 의원이 무임승차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발의해 그해 9월 국회 국토위 심의를 통과했지만 아직까지 법사위 제2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근래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높이자는 의견들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1984년 당시 만 65세 이상은 전체 인구의 4%였고, 현재 같은 비율을 맞춰 만78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들도 노인 무임승객 연령상한에 대해 일부 긍정적 의견도 내비치고 있으나, 이는 중앙정부에서 법적으로 손을 봐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미래>와의 통화에서 “(노인 무임승차연령 상향)은 정부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상황으로 보고 있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손실이 발생하니 그 부분을 보전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연령상한 검토 어려운 입장”
그러나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빈곤률과 복지를 먼저 챙겨야 하는 부처의 특성, 빈곤노인들의 민원 제기 등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도시미래>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면 검토해야겠지만 현재 견해가 갈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무임 승차 관련 노인복지법 제26조는 강제적 조항이 아니라 임의 조항”이라고 언급했다. 즉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자체에서 연령을 올려서 일선에서 시행하거나 아예 실행 폐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노인빈곤률이 42%로 OECD국가 중 2번째로 높다. 노인 이동권이나 문화향유권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무임승차가 폐지될까봐 걱정하는 의견을 복지부로 많이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혜택을 축소토록 법적인 나이 상향을 검토하는 게 어려운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3의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다. 연령과 시간대별로 할인율을 차등 적용해 전체 비용을 조절하자는 견해가 있다.
또, 지역 간 형평성까지 고려해 무임승차 제도를 아예 폐지하고 노인 교통수당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대도시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노인들에 비해 그외 농어촌 등 거주 노인들은 역차별을 겪고 있어 이들에 대한 복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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