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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미래 인터뷰]이재용 안산 고잔연립9구역 재건축 조합장

“어려움 있어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완수한다”

조미진 기자   |   등록일 : 2019-04-26 22: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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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고잔연립9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장/자료=urban114]


[도시미래=조미진 기자] 재건축 등 정비사업조합 운영에 있어 공정하고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지만, 현장에서 실행하려면 난관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안산 고잔연립9구역은 합리적·민주적 절차를 고수하는, 안산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평가되는 재건축 조합이다. 이재용 고잔연립9구역 조합장을 해당 재건축 예정지 인근 화랑유원지 공원에서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고잔연립9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지를 소개한다면?

A. 일단 주거환경이 좋다. 단지 앞에 안산에서 가장 큰 안산천(6.8km)이 흐른다. 바로 뒤에는 광덕산(209m)이 있고, 중앙공원도 가깝다. 안산IC와 가까워 고속도로 접근이 쉽고, 2023년이면 신안산선 성포역이 500m거리니, 서울까지 교통편은 정말 좋다. 또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근처에 다 있다. 서울예술대학을 비롯해, 광덕초, 덕성초, 중앙중, 경수중, 경안고 등이다. 교육·문화·예술 타운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실 지금 안산에서는 20년 치 재건축 사업들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잡음도 많은데, 어쨌든 우리 단지는 안산에서 재건축 막차를 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원구 고잔동 648번지 일원 2만752.6㎡대지에 건폐율 19.58%, 용적률 249.95%로 지하 2층~지상 27층 아파트 472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할 계획이며 미세한 변경은 있을 수 있다. 시공사는 한화건설이다. 

Q. 현재 재건축사업 진행 상황.

A. 사업시행 인가를 이번 달(4월)에 신청했다. 사업추진한 지 딱 2년 반이 됐다. 2016년 하반기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우리 조합은 서면 결의서를 받거나 총회를 열 때 외주를 줘서 처리한 적이 없다. 그러니 비용이 절감된다. 자체적 의사결정 과정들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추진위 만들고 3개월 후에 설계 및 정비업체를 뽑고, 3개월 있다가 조합창립총회를 성사했고, 또 4개월 후에 토지 등소유자 100%가 동의해 시공사를 뽑았다.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딱딱 떨어지게 추진되니, 다른 조합들이 깜짝 놀랐다. 이 과정을 10개월 만에 해낸 지역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건축심의는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안산시에서 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거의 1년이 지나가 버렸다. 사업시행 인가 받는 과정에서 인근 유치원과도 협상해야 하고, 소규모 지하안전 평가 등 새로 생긴 과정도 기다리고 있다. 

[투시도/자료=고잔연립9구역 주택재건축 조합]

Q. 유치원 협의를 진행하고 있나? 

A. 그렇다. 단지 바로 뒤에 있는 제일교회의 부설유치원이다. 1년 반에 걸쳐 꾸준히 공문도 보내고 교회 장로님들과 간담회도 여러 차례 진행하는 등 협의를 잘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마지막 결과도 잘 될지 장담할 수는 없다. 교회와 유치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요청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Q.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면.

A. 재건축은 소위 3대 해결 요소라는 상가·종교·교육시설과 협의만 풀리면 잘 된다고 한다. 종교시설, 교육시설과 합의가 쉽지 않다. 특히 교육시설과 합의가 안 되서 재건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교육환경은 결국 돈 잔뜩 주고 합의 보는 식으로 많이 진행된다. 재건축하면 일조권침해 등 자연적인 교육환경은 좀 더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제도적 해결책이 없다. 재개발의 경우 시설을 이전할 수 있게 해주고, 수용하면 법에 따라 보상하면 되지만, 재건축은 수용이 안 된다.

재판까지 가면 조합 측 손실이 너무 크다. 우리 단지는 규모가 작은 편인데 사업비가 1000억 원 소요된다. 한 해 물가상승률이 2%만 되도 20억 원이 오른다. 매년 20억 이상은 공사비가 더 든다는 것인데, 5년 늦어지면 그 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100억 정도 주민들이 손실을 보게 된다. 종교·교육 시설과 합의가 안 되면 계속 늦어지는 것이다.  

정비구역 지정 전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 교육청, 시청 등 양 관할기관들이 합의를 보던지, 다른 부지를 만들어 주던지, 지금처럼 조합원들만 계속 피해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Q. 고잔연립9구역 주택재건축 조합만의 그 외 특징은?

A. 우리구역은 시공사 선정 때 한화건설, 호반건설이 경쟁을 제대로 했었다. 안산시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진짜 경쟁을 한 곳이 안산 42~3개 재건축 조합 중 우리구역 밖에 없다더라. 대부분은 시공사가 조합과 다 협의하고 들어온다고 한다. 입찰을 해도 두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는 식이다. 10개 업체가 들어와서, 2개 업체만 남고, 그 중 한 업체의 안 마저 부실하니, 남은 한 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Q. 그런 것은 시공사가 아예 주도한 재건축이지 않나?

A. 그렇다. 시공사들이 그렇게는 이제 안하려고 할 것 같다. 지금은 사업성 좋지 않은 곳들이 주로 남아있어 도급공사만 한다. 예전에는 시공사가 분양 등 시행사 역할까지 해줬다. 조합이 다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년 전부터 그런 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 그래도 경쟁은 한다. 물론 시공사들끼리 내부적으로 조정하는 경쟁이고, 앞으로도 우리 구역처럼 진짜 경쟁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한다. 

선의로 한 것이지만, 나조차도 다시 하라면 고민스럽다. 경쟁을 안 시키면 그러려니 하거나, 조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는 있는데, 조합원들끼리 분열이 되진 않는다. 시공사 두고 경쟁을 해보니, 양 시공사를 응원하는 편으로 나뉘어 분열이 되고, 친했던 이웃이 등 돌리게 되더라. 덩치 큰 사람들 왔다 갔다 하고…. 그때 동네가 삭막했다. 

[사업지 위치도/자료=고잔연립9구역 주택재건축 조합]

Q. 지금도 조합원 간 갈등이 있나?

A.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약간 남아있는 듯하다. 예상을 못했던 부분이라 당황스러웠다. 경쟁을 함부로 붙이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 협력업체도 약 20개 뽑았는데 조합의 이사와 대의원 등으로 구성한 협력업체선정위원회 10여명이 선정하는 시스템 이다보니 경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어려움이 있어도,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업체선정 때도 객관적으로 비교해서 입찰하면 비용을 확실히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추진위 됐을 때도 “추진위를 외주 안주고 직접 하는 게 가능한 가”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들 외주업체 통해 추진위원회 동의서를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역 내 거주자가 많고, 사전에 충분히 주민간담회, 토론회를 했기에 추진위원회 동의서 받는 데 외주하지 말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 구역은 지금껏 안산시청에 민원제기 한 사람이 없다. 시청에서도 “그 단지는 말이 없어서 좋다”고 하더라. 그만큼 내부적으로는 자료를 다 공개하고 의논을 많이 한다. 총회 전에도 총회 자료집으로 사전 토론회, 간담회를 한다. 궁금한 것들을 그때 논의하고, 업체 측에서도 충분히 설명을 한다. 총회 때는 의사결정하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또 이사회의, 대의원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서면결의서를 이용하지 않는다. 안건 내고, 가능하면 토론을 해서 수정동의안으로 합의하는 방식이다. 찬반으로 정하는 방식을 지양한다. 찬성 측도 시원하지 않고, 반대 측은 강력히 반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Q. 정비사업 조합 운영에 있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A. 그러면 좋겠다. 그런데 다른 조합도 열심히 하더라. 사실 정비사업조합 운영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시공사·업체들이 “이 정도 비용이 적정하다” 하면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3개 업체가 입 맞추고 들어오면 조합이 제대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 그나마 나는 토목 관련 일을 했었기에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조합은 업체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Q. 이 곳 조합장을 맡게 된 계기, 개인적 이력은.

A. 앞서 말한 대로 토목 분야 일을 했었다. 도로 건설현장에 교량‧통로‧수로‧암거 건설이나 생태통로 관련 기술영업을 했다. 그러다 2012년 직장 그만두는 시점에 우연찮게 동 대표자리가 비어있어 하게 됐고, 갑자기 자치관리위원회 회장을 맡아 3년 정도 운영했다. 이후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되고 자연스럽게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 전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도의원, 시의원 선거 출마도 했었고, 조합 만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정의당 후보로 이 지역 총선도 출마했었다. 정치색깔이 강하다고 할 수 있어 조합장으로 일할 때 어떨까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스스로 “조합장 하겠다” 했던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추천했기에 하게 됐다.

Q. 선거 출마 여러 번 할 정도로 이 지역을 많이 알기에 정비사업 추진위원장으로 추천받은 게 아닐까.

A. 이곳에 25년 이상 살기도 했고, 원인이 됐을 수 있다. 그래도 ‘회의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 정당 활동으로 회의나 의사결정과정을 많이 경험했다. 자기 재산 내놓고 의사결정을 계속 하면서 사업을 진행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정비 사업은 조합원들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진행되는 일이 많고, 예상보다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 불만이 많다. 그래서 우리조합은 이사회를 통해 안건을 제출하면 대의원들이 최종결정을 하고, 조합에서는 집행만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고 있다.

Q. 지금도 당원이거나 정당 직위가 있나.

A. 그렇다. 정의당 경기도당 노동위원장이고, 지역이 안산이다보니 세월호 특위 위원장맡고  있다. 상근직은 아니라 한 달에 한번 회의하러 가고, 일 있으면 활동한다. 근래 경남 창원 보궐선거에 여영국 당시 국회의원 후보가 출마했을 때, 경기도 노동자당원들과 창원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또 경기도‧안산시 조례 관련 당 내부에서 토론하고 자체 개정안 만드는 활동에도 참여한다. 그렇게 들여다보니 도시정비법도 고쳐야 할 것들이 많이 있더라.

[이재용 고잔연립9구역 조합장/자료=urban114]

Q.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법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A. 정비구역 지정하기 전, 모든 과정과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주민(조합원) 교육이 먼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덜렁 정비구역만 지정해주면 안 된다. 우리만 해도 1억도 쳐다본 적 없는 1200명 마을 주민들이 1000억 원짜리 사업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의사결정 하는 방식이 불투명하고, 추진위원장 선정 또한 그렇다. 누군가 와서 아는 지인들 묶어 추진위원회 만들고, 이에 대한 주민동의 서명 받는 것은 외주를 줘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추진위원장이 선임 돼 있는 것이다. 또 외주비로 청구되는 금액이 보통 1억, 1억5000만 원이 넘는다. 그래서 물러난 추진위원장도 주변에 있다. 

“너희 재산에 대한 문제니 열 번 스무 번이고 간담회하고, 적합한 사람들 선정해서 추진위 구성해라” 식으로 시청이 사전에 충분히 일러줘야 하지 않을까. 회의를 진행하다보면 누가 추진위원장이나 감사에 적합할지 판단이 설 것이다. 지금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해놓고, 허겁지겁 누군가 추진위원장 해야 하니 두 명이 서로 하겠다고 후보로 나와 싸우는 경우도 있다. 우리처럼 작은 단지도 어려움이 있는데, 만약 사업비 3000, 4000억 원 되는 단지라면, 시공사도 욕심을 많이 낼 것이고, 그러면 누군가 발언권 있다는 사람 몇 명 쥐고 어떻게 하든 당사자들이 유리하게 만들어가려 할 것 아닌가. 민주적 의사결정과 반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Q. 단원고도 가깝고, 세월호 피해자들도 있어 정부가 지원을 해주더라도 사람들 인식에 영향이 있을 수 있고, 개발 면에서 소외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실제로는 어떤지.

A. 심리적으로는 소외나 위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며 이곳 화랑유원지 안 7000평 부지에 생명안전공원이 국제회의장 등 부대시설과 건립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장소 선정과정에서 도시계획 등 전문가들이 토론회를 10번은 한 것 같다. 상처를 숨긴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위축되지 않고, 차라리 드러내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지역을 바꿔보자는 토론을 많이 했다. 

Q. 세월호 추모공간도 근처에 생기지 않나. 

A. 그렇다. 안산시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안산을 알릴 수 있는 주 이슈는 노동자 도시, 시화 반월 공단, 국가산업단지로서의 기능,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계기가 된)생명안전공원 이런 것들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

A. 처음 재건축 잘 모르고 시작할 때는 6년이면 재입주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지금도 많이 늦어진 것은 아니고 원래 계획보다 6개월 늦어졌다. 4개동 27층 공사는 27개월이 안 걸리기에 여전히 6년 안 재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 심의나 사업 심의가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어떤 것은 심의 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도시계획 변경은 처리기한이 없다. 신청 했는데도 시청에서 심의가 안 열리면 6개월이 그냥 가버리니 그 금전적 피해는 역시 조합원들만 떠안게 된다. 외부요인 때문에 늦어지니 당황스럽다. 모든 민원은 처리기한을 둬야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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