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공해 사례/자료=환경부]
산업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삶의 편리와 함께 여러가지 공해(公害)도 유발됐다. 그 중 ‘빛공해’는 인공조명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조명환경은 인공조명이 지나치게 밝거나, 혹은 필요 이상의 빛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공업화되어 인구가 밀집한 곳일수록 빛공해는 심각하다. 이에 2000년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빛공해’라는 단어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가 세계주요 21개 도시 중 가장 밝은 도시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의 45%가 국제조명위원회의 광량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으며, 상가나 복합쇼핑 건물뿐만 아니라 주택가의 보안등과 가로등에 의해 과도한 침입광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도시의 새로운 공해(公害)로 떠오르고 있는 빛공해란 무엇일까?
조명영역을 벗어나는 빛(Obtrusive Light), 빛공해
빛 공해, 이 용어는 원래 천문학에서 비롯됐다. 이는 야간조명으로 인한 밤하늘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장해광’이 천문학, 사람 및 동식물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말한다. 즉, 인공조명기구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발생한 ‘과도한 빛(over-illumination)’과 ‘누출되는 빛(light trespass)’이 건강하고 쾌적한 빛환경 형성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빛(over-illumination)은 필요 이상의 빛을 사용하는 것을 말하며, 조명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light trespass)은 원치 않는 빛이 누군가의 영역(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들어갔을 때에 발생한다.
빛이 공해(公害)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1980년대 이후로 넓게 퍼지게 됐다. 특히 빛공해를 줄이려는 ‘별하늘 찾기 운동(dark-sky movement)’이 등장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이 운동은 광공해를 줄이기 원하는 사람들에 의한 사회적 운동으로, 사람들이 별을 볼 수 있게 하고 환경에의 부자연적인 영향을 줄이며,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요활동은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조명의 사용을 권장하고, 지역 사회가 불빛에 대한 규정을 채택하도록 권장한다. 여기서 빛공해는 인공조명에 의한 피해만을 범주로 하며, 인공조명에는 가로등, 형광등, 보안등, 광고조명, 장식조명 등이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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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공해 개념도/자료=환경부]
빛공해를 일으키는 주원인은 조명목적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밝거나 잘못된 조명설계로 조명영역을 벗어나는 빛(Obtrusive Light)이다. 환경부는 벗어나는 빛(Obtrusive Light)를 △침입광(light trespass), △눈부심(glare), △산란광(skyglow), △군집된 빛(light clutter)로 분류하고 있다. 침입광(light trespass)이란, 조명의 결과가 의도하지 않은 영역까지 침투하여 피해를 입히는 현상이다. 통상의 침입광은 강한 불빛이 외부에서 생활공간의 창문을 통하여 들어갈 때 문제가 되며 불면증, 내분기계 장애 등을 유발한다. 눈부심(glare)은 눈이 순응하고 있는 정도보다 강렬한 빛(높은 휘도)에 눈이 노출되어 순간적으로 시각이 마비되거나 또는 불쾌감을 유발하는 현상이다. 옆으로 새는 빛은 눈부심을 유발하고 특히 운전자에게는 일시적인 시각장애를 유발하여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산란광(skyglow)이란 상방향으로 누출된 빛이 대기중의 수증기, 먼지 등에 의해 굴절·산란되면서 하늘의 전체적인 밝기가 밝아지는 현상이다. 자연 상태의 밤하늘은 육안으로 수천개의 별과 은하수가 분명하게 보이지만, 산란광이 심한 지역에서는 은하수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들이 매우 한정된다. 마지막으로 군집된 빛(light clutter)은 한 장소에 과도하게 조명이 사용되어 혼란스러움을 유발하는 현상이다. 도로변의 다양한 조명 등은 운전자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하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듯, 빛공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인체에 미치는 영향,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전체관측 장해, △에너지 낭비문제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누적된 빛에 노출될 경우, 혈압이 상승해 고혈압, 심장혈관 등의 병을 악화시킨다. 또한 인공조명에 의한 수면장애는 스트레스, 우울증 등의 현상을 증가시킨다. 아울러, 빛공해로 인해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은 실제로 주택가 주변 가로등이 ‘빛공해’를 유발시키고, 수면장애, 면역력 저하, 어린이 성장장애 등의 유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빛공해 종류/자료=환경부]
골목길 설치 가로등 20%가 ‘빛공해 유발’
국립환경과학원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6개 도시에서 광침입(주택 창면에서 조도로 평가)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옥외조명에 의한 광침입이 새로운 환경오염원인인 빛공해로 부각됨에 따른 것이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은 일상 생활환경 중 발생하는 광침입의 현황을 파악하고, 노출 저감방법을 마련하고자 했다. 조사 결과, 전체 조사지점(79개)의 광침입은 0.1~99.1 lx(럭스)로 주거지역 빛방사허용기준인 10 lx 대비 약 0.01~10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중 약 20% 지점(15개)에서 위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좁은 골목길(10개 지점)에 설치된 가로등에서 발생하는 광침입은 타 조사지점 보다 약 5배 가량 높게 발생했다. 이는 10개 지점 골목길에 설치된 가로등과 주택의 떨어진 거리가 6.5m에 불과해 타 지역(평균 18.4m)보다 가까워 주변의 주택을 더 밝게 비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빛이 공중 또는 옆으로 퍼지지 않도록 제작한 차단형(Cutoff Type)과 준차단형(Semi Cutoff Type) 가로등 설치 지점의 광침입은 비차단형(Non Cutoff Type) 가로등 설치 지점의 비교하면 0.1~0.2배 수준으로 낮게 조사됐다. 따라서 주거지역의 광침입을 저감하려면 ‘차단형’ 또는 ‘준차단형’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심야 수면시간대(자정부터 오전 5시)에 일정 밝기 이상의 빛에 노출되면 인체 내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수면장애, 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한다며 주의하라고 지난 2010년에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수면시간대의 빛 노출은 어린이의 경우 성장 장애, 난시 발생 등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이우석 과장은 “취침 시에는 모든 조명을 끄고 광침입이 발생하면 실내에 커튼과 블라인드 등으로 빛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며 일상생활 중 빛공해로부터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환경부에서는 향후 광침입 등 빛공해 관리를 위한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을 올해 상반기 중에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