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됐다. 수출 규제 조치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정치적 이유의 ‘무역 보복 조치’로 해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인 반면, 우리 정부는 ‘명백한 무역 보복 조치’라며 “규제가 이어질 경우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품목인 포토레지스트(PR)와 불화수소(에칭가스) 그리고 플루오린폴리이미드 3가지 품목이 규제된다.
삼상전자 LG전자 그리고 SK하이닉스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반도체를 만들 때 포토레지스트(PR)와 불화수소(에칭가스)를 95%이상 일본으로 부터 들여오고 있다.
반도체 수출 규제 피해신고센터 경제과학진흥원에 설치
중소기업 피해상황 파악, 필요한 지원 신속 진행하기로
일본 독과점 기술 보유 대체기업 유치, 부품국산화 추진
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 우선 자금 지원 방안 검토
일본 기업 대체할 해외기업 지원, 기업부지 무상제공
“독과점은 경제 망치는 불공정 행위, 일본 중심 독과점 바로 잡을 기회를 일본 스스로 열어준 것.”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일본제품의 독과점을 전수조사 하라”며 아베의 경제보복에 맞불을 놨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한 피해 신고센터’ 설치와 일본 제품의 독과점 현황 전수조사 실시 등 경기도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도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감춰진 일본 독과점 폐해까지 모두 발굴해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도는 지난 4일 브리핑을 통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경기도내 기업”이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수출규제 품목이 100개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단기와 장기로 나눠 대응책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대응은 이재명 도지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지사는 “일본의 무역보복은 위기지만, 일본 제품의 경제의존을 탈피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독과점은 경제를 망치는 불공정 행위”라며 “이번 수출 규제 조치는 일본 중심의 독과점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일본 스스로 열어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역보복 사태가 국가 간 갈등이나 산업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내 반도체 산업의 공정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
이에 따라 도는 단기적 대책으로 정확한 피해 현황 파악과 신속한 지원을 위한 콘트롤타워 격인 ‘일본 반도체 수출규제 피해신고센터’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기업 SOS상담센터’에 설치하기로 했다. 신고센터는 경제기획관이 총괄하며 매일 신고 접수 내용을 분석하고 경제과학진흥원과 경기신용보증 재단 등 관계기관이 현장 실태 조사 후 대책을 마련한다.
실제 피해 발생 시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100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하고, 기존 융자금의 상환을 유예조치 하는 등 피해규모와 기간을 감안해 지원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일본 기업이 독점 또는 과점하고 있는 반도체 부품과 장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해당 제품의 국산화 가능성,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해외 기업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이 관련 기술 국산화를 추진할 경우 각종 연구개발 예산을 최우선으로 배정하기로 했다. 이들 일본 부품을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의 경우 자금 지원 시 최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일본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기술이나 품목을 갖고 있는 해외 기업이 경기도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10%내에서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경기도내 외국인투자산업단지 내 부지 무상 제공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현재 경기도의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반도체 생태조성을 위해 글로벌 앵커 기업 유치를 추진 중”이라며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의 경기도 유치 협상이 진행 중이다. 올해 안으로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548억 달러로 국내 반도체 수출액인 1267억 달러의 43.3%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강화한 3개 반도체 부품은 디스플레이 패널부품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필요한 불화수소(에칭가스), 반도체 핵심소재인 포토레지스트(PR) 등으로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기업은 일본 제재 대비 1~3개월 분량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나, 사태 장기화시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본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이미지센서 등으로 수입규제 품목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실화 될 경우 도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의 반도체 품목 수출규제에 대해 “명백한 경제보복”이라며 “이는 국제법에 위반하는 조치이기에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제징용에 대한 사법 판단을 경제 보복한 조치라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관한 내부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일본의 조처는) 다자적인 자유무역에 기반한 WTO 협정 위반이자, 지난 G20 오사카 정상 선언문의 취지에도 반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보복이 다시 보복을 낳는다면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불행하다. 가능한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고 잘 마무리되기를 저는 희망 한다”면서도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고, 당연히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kgt0404@urban114.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도시미래>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