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도시안전문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재난예방 비용은 낭비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재해로 인해 대규모 인명과 재산피해가 늘어가고 있다. 도시재해의 경우, 도시 내 토지이용의 고밀·복합화로 인해 재난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지고, 대형복합재난으로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원적인 관점에서 도시계획을 통한 도시방재계획(urban disaster prevention planning)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제는 도시의 방재기능을 강화하고, ‘안전불감증’을 불식시킬 수 있는 도시방재계획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자료=경기개발연구원]
도시의 재해와 방재대책
방재계획이란 폭풍, 지진, 홍수 등과 같은 재해의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오늘날 자연재해와 연계된 2차, 3차 재해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화재, 붕괴, 폭발과 같은 인위적인 재해가 늘어남에 따라 방재의 의미도 이러한 모든 종류의 재난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일련의 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경기개발연구원은 ‘방재형 도시’ 또는 ‘방재도시’란 재난 피해규모와 발생확률을 최소화시키는 방재능력이 확보된 도시라고 봤다. 즉, 도시의 물리적·비물리적 구성요소에 대한 방재성능 강화와 이를 위한 구조적·비구조적 방안의 시스템적 운영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도시방재계획’ 또는 ‘방재도시계획’이란 이러한 도시계획 차원의 방재능력 확보방안이라고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방재대책의 유형은 구조적(structural) 대책과 비구조적(nonstructureal) 대책으로 나뉜다. 구조적 대책이란 방재시설 중심의 시설물 예방으로 △도시 내 재해 취약지역 관리 개선, △도시기반시설 설계기준 개선으로 분류된다. 이에 재해의 영향을 받을 수 있거나 혹은 영향을 받은 지역, 시설의 경우 기상과 환경 등의 변동추세를 감안하여 정기적이고 추가적인 관리를 지원한다. 또한 도시기반시설로서 방재시설은 하천, 유수지, 저수지 등이 해당한다. 구조적 저감대책은 재해의 피해 규모를 줄이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시설물적인 방법이므로 시설물의 설치 또는 증대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구조적 저감대책 이외에도 풍수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비구조적 저감대책이 중요시되고 있다.
비구조적 대책은 각종 안전관리 규제, 교육, 홍보 등이 해당하며, △재해 예·경보시스템 개선, △재해지도 제작 및 활용, △방재교육 및 홍보 강화 등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비구조적 대책에 대한 체계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방재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기개발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라 시설용량을 초과하는 극한기상을 감당하기 위해 방재시설의 설계용량을 계속 높일 수가 없기 때문에 토지이용배치, 방재시설이 아닌 도로 및 공원·녹지를 비롯한 기반시설, 건축물 등에서도 방재를 고려하고 재해위험을 분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조한다.
[도시계획에 따른 재해취약성 분석 공간범위/자료=국토교통부]
재해로부터 안전한 국토, 도시계획에 달렸다
한편, 2012년을 기준으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232개 지자체 중 92개(36.9%) 지자체가 홍수 취약지역인 4,5등급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의 경우, 저지대 비율과 불투수면 비율이 높아 침수피해 위험이 커서 최하인 5등급 판정 지역의 비율이 높았다. 이에 정부는 도시방재계획의 기초가 될 재해취약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2011년에는 광역도시계획,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하여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 재해 취약성 분석을 시행하고 토지이용, 기반시설 등 각 부문별 계획에 반영토록 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재해취약성 분석 매뉴얼’을 발표했다.
‘재해취약성 분석’의 최소 공간단위를 광역도시계획의 경우 시군구, 도시기본 계획의 경우 읍면동, 도시관리계획의 경우 인구센서스 집계구로 설정한다. 재해취약성 분석은 기후변화 재해 유형(폭우, 폭염, 산사태 등)에 따라 기후특성(기온, 강수량 등), 도시 이용특성, 지형을 종합하여 재해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분석하는 것이다. 재해취약정도에 따라 Ⅰ~Ⅵ등급으로 분류하여 도면으로 제시하도록 되어 있으며, 강우량, 기온 등 기후요인만으로 재해 위험을 분석한 기존 분석들과는 달리 해당 도시의 개발상황(불투수율, 반지하주택 비율 등)을 반영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료=국토교통부]
또한, 도시 기후변화 재해 취약성은 현재 취약성, 미래 취약성, 도시 종합 재해 취약성으로 구분한다. 현재 취약성(Present Vulnerability)은 과거~현재까지의 기상관측치에 의한 현재 기후노출(Present Exposure)과 현재의 잠재취약지역과 도시취약구성요소를 중첩한 도시민감도(Present Sensitivity)로 나타낸다. 미래 취약성(Future Vulnerability)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의한 미래 기후노출(Future Exposure)과 미래의 도시개발 전망 등을 반영한 도시민감도(Future Sensitivity)로 나타낸다. 도시 종합 재해 취약성(Total Disaster Vulnerability)은 현재 취약성과 미래 취약성을 고려하고 현장조사 및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 결과 최종 확정된 재해 취약성으로 나타낸다.
그리고 현재 재해취역지역에 미래취약성에 따른 새로운 재해취약지역을 포함한 종합재해 취약성(안)이 작성된다. 재해취약성 분석 결과는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사용된다. 토지이용측면에서는 개발 억제 및 보전 용도지역 지정, 오픈스페이스로의 토지이용 전환, 하천변 주변 적정공간 이격(set-back), 수퍼제방 설치 등 토지이용을 활용한 대책이 모색된다. 또한 재해직접영향 지역에서는 취약 정도를 고려하여 도시기반시설 설치를 제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재해취약지역의 건축물에 대한 주차장, 우수저류지 등 침수저감대책 마련에 활용된다.
이렇듯 앞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역별로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책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도시의 재해대응능력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재해취약성분석의 정착 및 확산을 위하여 재해취약성 분석기법을 지속적으로 보완·내실화하고, 지자체에 기술지원 및 컨설팅을 실시함으로써 국토 전반을 재해로부터 자유로운 도시(Disaster Free City)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